'성전환' 이시연 “수술 후 아버지 한번도 못봬 죄송해” (일문일답)

  • 등록 2008-01-22 오후 4:12:04

    수정 2008-01-22 오후 4:31:34

▲ 배우 이시연(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지금 내 모습이 가면을 벗은 솔직한 내 모습”

배우 이시연(본명 이대학)이 성전환 수술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시연은 22일 오후 3시 서울 청담동 클럽 서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에 수술을 했기 때문에 일단 몸을 추스르고, 영화가 개봉되고 (수술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관심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아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근황을 밝혔다.

이시연은 또 “연예계 일을 하면서 기획사도, 매체에서도 내게 남성스러움 강요했고 꽃미남 스타일을 바랐다”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변해가는 것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이건 내 모습이 아니다’는 생각과 ‘인생이 연기구나’라는 생각에 모순과 딜레마에 빠져 불행했다”고 남성으로 살 때의 심적 고통을 털어놨다.

한편 가족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시연은 “아버지께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신다”며 “수술 이후 아버지를 한번도 못 뵀고 (수술)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계속 울기만 하셨다고 전해들었다. 너무 죄송스럽다. 제가 잘 살면 이해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의 일문일답이다.

- 첫 공식석상에 나온 기분은
▲ 너무 떨리고 ‘색즉시공2’ 개봉 때만 해도 내게 이렇게 큰 관심이 올지 몰랐다. 스스로 당당히 나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일이 터져 준비가 부족했다. 더 마음의 여유를 찾고 당당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 때 보여드리려고 참아왔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
- 영화 개봉 이후 근황은
▲ 지난해 수술을 했기 때문에 일단 몸을 추스르고 영화 개봉되고 관심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아 몸을 쉬게 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 얼굴이 알려진 상황에서 수술의 부담감은 없었나
▲ 남자로써 활동을 해왔고 일을 해오면서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처음 모델 할 때는 여자 옷 입는 것이나 메이크업 등 편하게 일했다. 오히려 연예계 일을 하면서 기획사도, 매체에서도 남성스러움을 원했고 꽃미남 스타일을 바랐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변해가는 것을 느꼈고 변해가는 과정이 ‘이건 내 모습이 아니다’는 생각, ‘인생이 연기구나’라는 생각에 모순과 딜레마에 빠져 불행했다. 연예계 생활을 그만두려는 생각으로 (수술을) 결심했는데 다시 기회가 왔고 너무 좋아하는 일이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수술)하게 됐다.

- 주변의 반응은
▲ 제일 처음 결심을 말씀드린게 어머니였는데 처음엔 아무 말씀 없으셨다. 그날 저녁 나와 한 침대에서 주무시면서, 우시면서 ‘너 혼자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엄마가 미처 알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오랫동안 안아주시고 함께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도 처음엔 계속 반대하셨는데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허락하셨다. 동생이나 아버지는 굉장히 보수적인데 동생은 군대에서 소식을 듣고 편지를 보냈다. ‘네 인생이고 네가 선택한 길이고 네가 행복하다면 믿음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편지를 받고 많이 울었다. 아버지께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신다. 수술 이후 아버지를 한번도 못 뵀다. (수술)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계속 울기만 하셨다고 하더라. 너무 죄송스럽고 제가 잘 살면 이해해주실 거라 믿는다.

- 제일 큰 힘이 된 사람은
▲ 어머니다.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여셨다. 수술 전날 엄마가 ‘오늘부로 아들은 죽고 내일부터 큰딸이 생겼다고 생각할게’라고 하셨던게 기억난다. 수술 후 거의 한달을 누워있었는데 한 달 동안 수발을 해주셔서 내가 일어났을 때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딸로써 편하게 대해주시고 엄마도 힘드셨을텐데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여자로 다시 태어나서 가장 좋은 점은
▲ 옛날에는 메이크업하는 것, 여자 옷 입는 것조차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남의 눈치 안 보고 립글로스도 편하게 바르고 머리도 기른다. 처음에 연예계 일 할 때 기획사에서 ‘머리 잘라라’, ‘목소리 바꿔라’, ‘근육 만들어라’고 하는 것이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그 모순을 딛고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옛날에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도 ‘형, 동생’이라 불러야했다. 가족도 모르고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혼자 속앓이 하며 외롭게 살았는데 지금은 여자로써 비춰지고 여자로써 살아갈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다.

- 동료 연예인들의 반응은 
▲ 영화 같이 찍은 신이 언니, 채영 언니는 좋은 시선으로 편안하게 대해주시고 대화 나눴을 때 여자 친구, 여자 동생 같다고, 거부감 없다고 하셔서 감사했다.

- 먼저 데뷔해 결혼까지 한 하리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 꿈이다. (하리수처럼) 평범한 여자로 살고 싶은 것이 제일 큰 꿈이다. 연예인을 하기 위해 수술한 것이 아니라 내 원래 성(性)을 찾고 싶어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법적으로도 (성별 변경 신청을) 준비 중이다. 그때가 되면 평범한 여자로써 결혼도 하고 살고 싶다.

- 연예계 활동을 다시 시작한 계기는
▲ 영화 ‘색즉시공2’를 찍은 가장 큰 계기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 트랜스젠더로 1년 정도 생활했는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죄지은 것 없이 무시당하고 사회적으로도 너무 많은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았다. 트랜스젠더의 삶이 음지가 아니면 받아주는 곳도 없다는 것이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그때 영화 제의가 들어왔고 연예계 일을 다시 시작해서 더 당당하게 생활하고 내가 성적소수자 분들이나 나 같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수술 전까지 몇 번의 자살기도를 했을 만큼 지옥 같고 죽고 싶고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다. 마지막 죽으려고 했을 때 누워서 결정한 것이 ‘이렇게 죽을 바에야 내가 원하는 여자가 돼보자’고 생각해 수술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제 2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살 것이다.

- 연예계 활동 계획과 목표는
▲ 주어진 일은 다 하고 싶다. 모델 일도 욕심이 나고 폭은 좁겠지만 연기도 계속 하고 싶다. 이 길이 아니면 죽음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다.

- 언제 처음 성정체성을 깨닫게 됐나
▲ 처음 안 것은 중, 고등학교 때다. 다른 남학생들은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데 나는 여자를 보며 아무 관심이 없었고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교 들어가서 패션 수업을 받고 내가 편안하게 여자 옷도 입고 머리도 기르고 귀걸이도 하면서 행복했다. 나는 남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에 더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색즉시공1’을 찍을 때 처음으로 헬스를 했는데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왔는데 여자 옷 가운데 맞는 게 하나도 없더라. 머리는 짧고. 내 모습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내 이미지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 내 모습이 가면을 벗은 솔직한 내 모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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