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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이기영 지지 선언 불구…과거보단 위축
최근 연예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배우 김의성과 박혁권을 시작으로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연예인들의 소신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 15일 배우 이기영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직접 밝혔다. 그는 “자기들 끼리끼리만의 가짜 공정! 이젠 더이상 믿지 않는다. 정의롭지도 않다”며 “문화예술계의 발전과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내 나라를 보고 싶다”고 이 후보 공개 지지와 함께 20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독려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문화예술인 1만 100명과 5810명이 각각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 배우 김가연과 김규리, 김의성, 박혁권, 뮤지션 신대철, 작곡가 윤일상 등이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 배우 독고영재·정동남, 가수 김흥국 등은 윤 후보 지지에 동참했다. 독고영재는 윤석열 후보지지 선언문을 발표하며 “중국의 문화공정에 당당히 맞서며 신한류를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의 문화국가로 발전시켜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평소에도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냈거나 지난 대선에서도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사를 밝힌 전력이 있는 인물이 대부분이다. 과거에 비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들의 인원수도 아직 적은 편이다. 그나마도 세대를 불문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스포츠 스타나 톱배우, 톱가수 등 셀럽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2012년 대선 당시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배우 박상원과 가수 김흥국, 설운도, 현미, 은지원, 격투기 선수 최홍만 등이 모습을 비췄다.
박빙 대선 구도·역사적 선례가 남긴 교훈
업계에선 이처럼 180도 달라진 분위기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란 역사적 전례가 큰 몫을 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 당시, 연예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알려지며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진보 성향을 지닌 문화예술계 인사를 향한 불이익 및 조직적 배제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누가 낙선할지 쉽게 가늠되지 않는 현 대선 경쟁 구도, 연예인의 정치 참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SNS의 발달로 정보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정치색, 각종 사회문제를 향한 개인 간 갈등이 첨예해졌고, 사회적 문제에 소신을 표현하는 공인의 행동에 대한 대중의 잣대 및 검열도 엄격해졌다”며 “특히 현세대는 소비 행동을 가치관에 연결하는 ‘미닝아웃’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연예인이 자칫 정치적 의견을 표명했다가 대중의 보이콧이나 비난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의성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자신의 SNS로 수많은 욕설 메시지가 쏟아진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하재근 평론가는 “2012년, 2017년 대선은 양당 경쟁 구도를 갖추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승자가 예측된 판세를 보였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컸다”며 “반면 현재는 여론조사 때마다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구도로 누가 승자가 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는 점도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기에 연예인의 지지 선언이나 유세를 쉽사리 권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연예인들의 움직임이 표심에 영향을 주는 ‘셀럽 효과’ 자체도 퇴색했다는 반응도 있다. 가까운 예가 미국이다.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다수 보유한 미국은 이미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실패를 겪었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톱스타들이 많았지만,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선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