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 퀸' 고진영 "태극기 보고 애국가 울리자 감정 벅차 올라"

LPGA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역전 우승
4월 ANA인스퍼레이션 이어 메이저 대회 2승
3주 전 스윙코치와 손바닥 물집 생길 정도로 훈련
"올해 점수 85점, 남은 시즌 100점 채웠으면"
  • 등록 2019-07-29 오전 4:32:17

    수정 2019-07-29 오전 4:32:17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이 태극기를 펄럭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에비앙레뱅(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태극기를 보는 순간 감정이 벅찼고, 애국가가 울리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하늘에서 스카이다이버가 내려와 태극기를 고진영의 어깨에 걸쳐줬다. 그 순간 프랑스 하늘 아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고진영(24)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친 고진영(24)이 짜릿한 역전으로 시즌 2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7년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지 2년 만에 5번째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은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CME 글로브 포인트 등 타이틀 전 부문 1위로 올라섰고, 5주 전 빼앗겼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18번홀 그린에서 진행된 시상식. 이 대회는 전통적으로 시상식에서 스카이다이버가 우승한 선수 국가의 국기를 들고 하늘에서 내려와 우승자의 등에 걸쳐준다. 고진영은 “낯선 땅에서 태극기를 보니 자랑스러웠다”고 벅찬 감정을 밝혔다.

힘들고 지친 하루였다. 이날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던 경기는 기상 악화로 2시간 지연됐다. 챔피언조로 경기에 나서는 고진영은 오후 2시 1분에 1번홀을 시작했다. 경기는 예상대로 늦어졌다. 오후 7시 30분을 넘겨 끝이 났다. 하루종일 비가 내렸고, 날씨도 쌀쌀해 경기하기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날씨 탓에 예상보다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고진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했다.

단독 선두 김효주에 4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안정적이고 침착하게 경기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전반에만 2타를 줄이면서 선두 김효주를 2타 차로 추격했다. 이후 간격을 좁히지 못하다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까지 압박했다.

14번홀(파3)에서 순식간에 선두가 바뀌었다. 선두이던 김효주가 친 공이 벙커의 모래에 박혔다. 벙커에서만 2타를 쳤고, 3퍼트까지 해 트리플 보기를 적어냈다. 파를 지킨 고진영이 2타 차 선두가 됐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고진영은 “(김)효주에겐 운이 없었다”며 “정말 힘든 상황이었고, 심정을 다 알 수는 없겠으나 같은 상황에 나에게 왔더라면 치기 싫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하는 효주의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배우게 됐다”며 “어려서부터 봐왔던 김효주는 항상 많은 걸 배우게 하는 친구다”라고 말했다. 고진영과 김효주는 1995년생 동갑내기이며,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로 함께 활동했다.

우승의 기회를 잡은 고진영은 더 탄탄하고 안정된 경기로 달아났다. 17번홀(파4)에서 1타 차 선두였던 고진영은 약 8m 거리의 버디 퍼트에 성공,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로 달아나 우승의 쐐기를 박았다.

고진영은 “2위와 타수 차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버디를 하면 쐐기를 박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버디가 나왔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이날 궂은 날씨 속에서도 페어웨이와 그린을 한 번씩밖에 놓치지 않았고, 퍼트도 29개밖에 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를 했다.

손바닥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독하게 훈련한 덕분이다. 고진영은 4월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이후 침체에 빠졌다. 스윙이 흐트러졌던 고진영은 3주 전 한국에 있는 스윙코치 이시우 프로를 미국 시카고에서 만나 2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했다.

고진영은 “코치님이 훈련을 시키면 정말 독하게 시킨다”며 “새벽에 일어나 맥모닝(아침식사용 햄버거)을 먹고 저녁 5~6시까지 쉬지 않고 연습했더니 손바닥에 전부 물집이 생겼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을 하도 해서 골프공만 봐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지만, 그 덕분에 잃어버렸던 감을 되찾았다”고 스윙코치에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1,2라운드에서 훈련 성과가 나오지 않아 걱정했다. 고진영은 “스윙코치와 훈련하면서 스윙이 좋아졌는데 이번 주에 잘 되지 않아 힘든 경기를 할 것 같았다”며 “애초 이번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해 톱10에만 들어도 만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우승까지 하게 돼 더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고진영은 이날 우승으로 5주 만에 세계랭킹 1위로 복귀했다. 지난 4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자신의 첫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던 고진영은 6월 24일자 발표 전까지 12주 동안 여왕의 자리를 지켰다.

고진영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당시엔 얼떨결에 1위를 한 것치고는 굉장히 오래 유지했다”며 “(1위 복귀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빨리 복귀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세계랭킹 1위 복귀도 좋지만, 한 해 메이저 대회에서 2승을 했다는 게 더 의미가 있다”며 “나 자신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고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올해 성적을 돌아보며 “오늘 우승하기 전까지 80점이었는데 이제 85점이 됐다”며 “남은 시즌 동안 100점을 채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이어지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준비했다.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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