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감독은 왜, 공짜 골프를 거절했을까

  • 등록 2014-01-03 오전 11:17:39

    수정 2014-01-03 오전 11:17:39

염경엽 넥센 감독(가운데)이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서 신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프로야구가 조금씩 겨울 잠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 다음주 중이면 시무식이 모두 끝날 예정이며 15일엔 모든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스프링캠프는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 신호나 다름 없다. 모든 출발이 그렇 듯, 모든 팀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그만큼 설레이면서도 중요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매일 훈련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루 종일 땀 흘리는 날들만 계속되다보면 사람 몸은 어느새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각 팀은 사나흘에 한 번 씩은 휴식일을 갖는다.

하지만 몸이 편하다고 즐겁기까지 한 건 아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이국 땅과 낯선 문화. 쉬는 날이라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닌 탓에 시간이 흐르다보면 그마저도 지루하고 힘들어지기 일쑤다.

혈기 왕성하고 호기심 많은 선수들은 삼삼 오오 몰려다니며 쇼핑이나 게임 등 즐길 거리를 찾기도 하지만 코치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각 구단은 쉬는 날이면 코치들이 골프를 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코치들에게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그만한 여가 생활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미국 1차 캠프와 오키나와 2차 캠프서 휴식일에 코칭스태프가 골프를 나가는 것은 지원하겠다는 뜻을 염경엽 감독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이번엔 반응이 달랐다. 미국에선 한 번씩 필드에 나가겠지만 오키나와로 옮긴 뒤엔 코칭스태프라 해도 휴식일에 골프를 치지 않도록 하곘다는 답을 구단측에 전했다. “오키나와 캠프 부터는 전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넥센이 캠프를 2원화 한 것은 1차 체력 및 기술 훈련 뒤 2차 실전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에서 치르는 훈련은 실전을 통해 모자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채우는 시간으로 삼겠다는 것이 염 감독의 계산이다.

이 시기를 통해 넥센의 힘은 물론 상대 팀의 전력까지 파악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선수들은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겠지만 코칭스태프는 쉬는 날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염 감독은 비활동 기간이 시작되기 전, 전 코칭스태프에게 2014시즌을 맞는 게획과 목표를 정리해 올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저 잘 치고 잘 던지게 하겠다는 각오로는 어림도 없다. 정식 문서로 작성해야 하며 그 속엔 구체적인 목표와 이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과 대안까지 정리돼 있어야 한다.

한 코치는 “제대로 된 문서로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심리적인 부담도 컸다. 쉬면서도 쉬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씩 정리를 하면서 머릿속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4 시즌은 유례 없는 치열한 승부를 예고 하고 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숨 막히는 접전이 펼쳐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염 감독이 지난해 보다 빠르게 강공 드라이브를 건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과연 넥센의 빠르고 철저한 준비가 시즌 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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