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추격자’도 몰랐던 서영희의 이중생활

  • 등록 2008-03-03 오후 4:08:50

    수정 2008-03-03 오후 4:10:01

▲ 서영희(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촬영이 겹치는 날이 많았어요. 아침에는 드라마 세트장에서 푼수짓을 하다가 저녁에는 영화 촬영장 가서 차가운 타일바닥에 널부러져 있어야 했죠.”

영화 ‘추격자’를 본 관객들은 안다. 영화의 주인공은 연쇄살인범 지영민 역의 하정우와 그를 뒤쫓는 보도방 사장 엄중호 역의 김윤석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두 명의 남자주인공에 비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출장안마사 김미진, 서영희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가 있었기에 영화의 긴장감과 리얼리티는 배가 될 수 있었다.

◇‘며느리 전성시대’ 복남과 ‘추격자’ 미진 사이

“‘추격자’의 촬영 현장에 가보니 고생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영희는 올해 초 40%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뿔테 안경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좌충우돌하는 방송작가 이복남 역을 맡아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영화 ‘추격자’의 촬영은 ‘며느리 전성시대’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지난해 가을부터 겨울까지 이뤄졌기에 서영희는 남모를 이중생활을 감수해야 했다. 복남의 캐릭터와 '추격자' 속 김미진의 캐릭터가 극과 극을 오갔기 때문이다.

“사실 몸이 힘든 것보다 감정의 극단을 조절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의 복남은 다소 푼수 끼가 있는 캐릭터로 서영희는 극중 조인우 역의 이필모와 닭살 애정행각을 보이며 극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그러나 ‘추격자’의 김미진은 연쇄살인범인 지영민에게 붙잡혀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한의 고통과 두려움을 표현해내야 하는 역할이었다.
 
▲ 서영희(사진=김정욱 기자)

“차가운 타일바닥에서 온 몸이 꽁꽁 묶인 채 누워 있는데 나중에는 턱에 장애가 생길 정도로 힘이 들더라구요”
 
서영희는 시체가 즐비한 지영민의 집에서 오직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김미진 역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아 이렇게 죽으면 얼마나 허무할까’라는 생각에 종종 암울했던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영희는 ‘며느리 전성시대’의 스태프들이 어떤 영화를 찍고 있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로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복남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김윤석 선배님은 제가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을 하시는지 정확히 모르셨다가 나중에 아시고 애썼다고 하시더라구요. 드라마 스태프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저 사람이 그 복남이 맞아?’ 그러시구요”
 
남모를 이중생활에 마음과 몸 모두 힘들었지만 배우 서영희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고,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도 크다.

◇"저도 인지도가 높아져서 많이 알아보시면 좋겠어요"

1999년 연극 ‘모스키토’를 통해 데뷔한 서영희는 박해일과 문성근 배종옥이 출연한 ‘질투는 나의 힘’에서 박해일을 짝사랑하는 안혜옥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이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연리지’, ‘무도리’, ‘스승의 은혜’, ‘궁녀’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로 또래 배우 중 가장 넓은 연기폭을 선보였다. 그러나 서영희는 남몰래 서러운 눈물을 흘려야 했던 적이 많았다.

서영희는 그간 숱한 오디션에서 최종까지 올랐지만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소위 물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나 ‘무도리’ 등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서영희의 인지도는 단번에 올라가지 않았다.

“‘며느리 전성시대’를 촬영하면서 어딜 가도 복남이를 알아주시니까 행복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를 보고 신인연기자인줄 아시는 분들도 적지 않았어요”
 
연기자로 데뷔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미지가 뚜렷하게 각인된 것 같지 않아 고민이란다. 그래서 ‘추격자’에 거는 기대가 컸다.
▲ 서영희(사진=김정욱 기자)

◇"최소한 500만 관객은 들지 않을까요?"

“나 감독님의 시나리오는 빈틈 하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꼼꼼했구요. 김윤석 선배나 하정우씨의 연기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제 생각에 ‘추격자’ 최소 500만 관객은 보시지 않을까요?”

서영희에게 ‘추격자’의 예상 흥행 스코어를 물어보니 자신있게 500만 이상이라고 답했다. 요즘 같은 한국영화의 불황기에 과욕(?)이 아닐까 싶어 재차 물었다.

“솔직히 1000만 관객은 들었으면 좋겠어요. ‘추격자’처럼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진을 다 뺄 정도로 최선을 다한 작품이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으면 배우로서 보람 있고 또 그런 것이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서영희의 바람대로 ‘추격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할지는 의문이지만 500만 관객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추격자’는 지난 2월14일 개봉후 2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3주차를 앞둔 현재 300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가을과 겨울 '복남이'와 '미진' 사이를 오가며 극과 극의 연기를 펼쳐야 했던 서영희의 이중생활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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