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흥행 거둔 2023 WBC...'야구의 세계화' 목표 달성

  • 등록 2023-03-23 오후 1:05:37

    수정 2023-03-23 오후 1:17:14

일본 야구대표팀이 WBC 우승을 확정지은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흥행이나 인기 면에서 역대 최고의 대회였다. 이는 각종 데이터나 수치가 잘 말해준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미국 대 일본의 대회 결승전은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이 경기를 미국 내에서 생중계한 폭스스포츠는 “결승전 평균 시청자가 450만명에 이르렀다”며 “미국과 푸에르토리코가 맞붙었던 2017년 대회 결승전보다 시청률이 69%나 증가했다”고 23일 발표했다.

WBC 결승전은 미국 내에서 스포츠전문채널인 ‘FS(폭스스포츠)1’과 스페인어 채널인 ‘폭스 데포르테스’를 통해 생중계됐다. 폭스스포츠는 “특히 경기 종료 마지막 15분 동안 두 채널을 합쳐 가장 많은 650만명이 경기를 시청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WBC는 역대 최대인 1억 달러(약 1278억원) 이상 수익을 올렸다. 전체 관중은 130만6414명이었다. 이는 2017년 4회 대회 108만6720명보다 20%나 상승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2만5275명으로 2017년 2만402명보다 24%나 증가했다.

일본의 우승을 이끈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는 이번 대회를 통해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로 우뚝 섰다.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야구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번 대회가 대성공을 거둔데 있어 오타니는 단연 일등공신이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았다. 미국, 일본 중심의 경기 운영과 지나친 상업주의는 종종 눈살을 지푸리게 만들었다.

WBC를 주최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미국 대 일본의 결승전을 유도하기 위해 대회 도중 4강전 대진을 바꿨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국과 일본은 4강에서 만났어야 했다. 하지만 주최 측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바꿨다. 멕시코가 C조 1위를 하고도 4강에서 우승후보 일본과 만났고 탈락의 쓴맛을 봤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쿠바를 만나 손쉽게 결승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계방송사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푸에르토리코 대표로 나선 뉴욕 메츠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스는 도미니카공화국과 1라운드 조 2위 결정전에서 승리를 이끈 뒤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던 도중 무릎 인대가 파열돼 올 시즌을 날렸다. 베네수엘라 유니폼을 입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 내야수 호세 알투베도 미국전에서 투구에 맞아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메이저리그 개막 후에도 초반 경기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선 WBC 대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세계 야구계는 WBC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야구가 일부 국가의 로컬 스포츠가 아닌 축구 같은 글로벌 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실제로 한국과 1라운드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체코는 사상 처음으로 국영방송에서 자국 경기를 생중계했다. 그들만의 스포츠였던 야구가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순간이었다.

대회 MVP에 뽑힌 오타니는 인터뷰에서 “일본뿐 아니라 한국, 대만, 중국 등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야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며 “이 마음이 동력이 돼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게 우승을 내주고 준우승에 그친 미국 대표팀 마크 데로사 감독도 “오늘 밤 야구가 승리했다”며 “오타니가 마이크 트라웃과 대결하는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마치 각본으로 짜인 듯 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타니나 데로사 감독의 말은 WBC가 누가 더 야구를 잘하는지 가리는 단순한 국가대항전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멋진 승부와 볼거리를 통해 야구의 재미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이 WBC의 진짜 의미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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