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전작 넷플릭스 한국 작품들이 거둔 흥행을 잇는 부담을 묻자 답한 대목이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공개된 ‘지우학’(감독 이재규)은 넷플릭스가 최근 발표한 2022년 한국 신작 라인업 25편 중 가장 처음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다. 2021년 전세계 스트리밍을 휩쓴 ‘오징어 게임’이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공개됐던 만큼, 또 다른 한국 최대의 명절인 설날과 맞물려 공개된 ‘지우학’을 향한 국내외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다.
|
이재규 감독은 30일 이데일리에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이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고 신기하고 감사하다”며 “2년간 작품을 위해 헌신한 배우, 스탭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
이재규 감독은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리즈의 매력과 흥행에 대한 부담, 시청자를 향한 소망 등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재규 감독은 ‘지우학’을 2022년 첫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로 선보이는 소감을 묻자 “이후 넷플릭스로 공개될 후속작이나 흥행을 거뒀던 전작들에 누가 되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사실 공개시점은 이미 작년 7월부터 정해져 있었다. 넷플릭스가 설 연휴를 앞두고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인 만큼 그 판단을 존중하고 따른다”고 운을 뗐다.
온라인 시사를 통해 미리 ‘지우학’을 접하거나 공개 직후 ‘지우학’을 챙겨본 시청자들은 기존 원작의 분위기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도 오리지널 시리즈만의 색다른 개성으로 또 다른 작품을 만난 것 같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이재규 감독은 “기본적인 이야기의 흐름이나 극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원작의 결과 비슷하다. 이야기의 흐름도 원작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좀비 바이러스가 학교에서 파생을 일으킨다는 주요 사건이나 큰 흐름의 톤 앤 매너는 비슷하다고 보시면 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어떤지 하는 것들은 보시면서 원작과 다르다고 느껴지시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원작을 접한 독자들이 충분히 원작의 매력을 느끼면서, 이를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도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도 강조했다.
그걸 가능케 하고자 원작과 영상화된 우리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동일하게 두되,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 조금씩 변주를 주는 방법을 택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캐릭터의 성격이나 실제 극에서 발생하는 사건들, 아이들이 바이러스를 피해가거나, 반응하는 방식들은 조금 달라서 그런 부분이 차이로 느껴지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OTT 스트리밍 순위 집계 사이트(플릭스패트롤) 등에서 전세계 톱1위를 휩쓸었던 ‘오징어 게임’, ‘지옥’의 후속작으로서 순위 성적에 느끼는 부담은 없다고 했다. 그는 “모든 배우들과 스탭들이 2년동안 너무너무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고 저희는 이 작품을 하면서 너무 즐거웠다”며 “그 감정들이 시청자들에게 닿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지우학’의 수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건 ‘좀비물에 충실하자’였다. 이 감독은 “저희가 청불 판단을 받은 항목이 7개 정도 되는데,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보다 항목이 1~2개 정도 많다”면서도 “주제만큼은 다른 두 작품과 수위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에 해당할 거다. 선정성도 낮은 편이다. 잔인하고 잔혹한 장면들은 있지만 이는 ‘좀비물’답기 위해서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극이 가진 주제는 공명성이 크다. 호불호의 차이는 있겠지만 18세 이상을 전제로 온 가족이 같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작자인 주동근 작가의 반응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예고편을 보시고 ‘이미 소원을 성취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것만으로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출연진과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한 ‘좀비 등장 이벤트’의 뒷 이야기도 전했다. 이 감독은 “다른 출연진은 전부 몰랐지만 사실 저는 이를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막상 겪으니 저도 놀라게 되더라”라며 “제 옆에 있던 임재혁 배우와 이유미 배우가 너무 많이 놀랐다. 두 사람이 놀라니 그걸 보며 제가 더 놀란 것도 있다”고 떠올렸다. 덕분에 출연진과 취재진 모두 웃을 기회가 만들어졌다고도 덧붙였다.
아직 대중이 친숙하지 않은 신예를 데리고 작품을 한다는 우려보단 시너지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감독은 “대중에게 아직 낯설지만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이 작품에 참여한다면 극의 몰입에 오히려 더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 극을 보신다면 극 중 캐릭터와 이를 맡은 배우들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만큼 모든 캐릭터 각각이 지닌 역할과 매력이 다르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