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시위 당기는 기보배.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최선 기자] 9일 오전 뜻하지 않게 금메달 소식이 잠시 멈췄다. 4년 전 런던에서 국민에 감동을 준 한국 펜싱이 리우에서는 대회 초반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세계 랭킹 1위 한국 유도 금메달 후보들도 연이어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남자 60㎏급 김원진, 66㎏급 안바울, 73㎏급 안창림 등 체급별 랭킹 1위를 지킨 선수들이 모두 금메달 수확에 실패했다. 한국 남자 양궁 간판 김우진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개인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리우올림픽 초반 메달의 향방은 스포츠마케팅의 현재와 맞닿아 있다. 남녀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양궁 선수단에 개인전의 메달 색깔에 따라 막대한 포상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선수단이 애초 목표인 금메달 4개를 목에 걸 때 현대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가 제공하는 포상금은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포상금 16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당시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상해 2관왕을 달성한 기보배 선수는 포상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기 선수 외 여자 단체전 금메달 선수 2명도 각각 1억2000만원을 받았다. 남자 단체전 동메달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오진혁 선수에게도 2억원이 전달됐다. 이밖에 남녀 선수단 감독과 코치진, 직원들에게도 골고루 포상이 이뤄졌다.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 제공된 전체 포상금은 7억9000만원, 선수단에 전달된 포상금은 8억1000만원에 이른다.
양궁의 통 큰 지원과 달리 아직 목마른 종목도 많은 건 우리나라 스포츠마케팅의 현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 지원에 비켜 서있는 또 다른 비인기 종목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배구, 유도, 하키, 역도 등의 종목들이다. 경제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형국에 스포츠계 지원까지 나설 기업들이 많지 않은데다, 대기업들이 종목을 확장해 지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업들의 노력에도 스포츠 종목 간 불균형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박태환이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예선 6조 최하위로 준결선 진출 실패에 대한 고백은 우리나라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기업의 스포츠마케팅의 미래에 시사점을 준다. 박태환은 이날 “신예 선수 등에 대해 내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최근 세계 남자 수영은 구간에 관계없이 ‘파워 수영’을 통해 폭발적인 속도전을 펼치는 경향을 파악하지 못한 전략의 실패라는 고백이다. 스포츠마케팅 역시 선택과 집중이라는 성과주의나 올림픽처럼 이벤트 당시에만 타오르는 반짝 관심 대신 비인기 종목까지 아우르는 기업의 지속적인 후원과 국민의 지속적인 지원이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추는 첩경이다.
9일 우리나라의 산업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 발표한 경제전문지 포춘의 분석 결과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날 포춘이 발표한 글로벌 상위 500대 기업(2015년 매출액 기준)과 업종 분류를 올림픽 출전 종목과 메달 산정 방식을 적용해 분석했더니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수준은 8위에 그쳐 규모 면에서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신성장 산업에 발굴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처럼 국내 스포츠마케팅 역시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안주한 채 전통적 메달 종목에만 집중하고 신종목 육성 등에 소홀한 아닌가 되짚어볼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