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무비]"지금부터, '내부자들' 뉴스를 시작합니다"①

  • 등록 2015-11-18 오전 7:40:00

    수정 2015-11-18 오전 9:18:13

‘내부자들’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우민호 감독은 인터뷰 도중 직접 리포팅을 흉내내기도 했다. 순간이었지만 진짜 기자의 보도를 TV로 보는 듯했다. 우 감독이 영화를 비추고자 한 시선이 분명해진 순간이었다. 그에게 영화 ‘내부자들’은 ‘뉴스’였다.

우 감독을 만났다. ‘내부자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원작이 탄탄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다. ‘미생’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그 작가다. 부담도 됐다. 마음을 편히 먹었다. ‘빚지자’는 생각이었다. ‘입히자’는 각오로 영화만의 방향성을 잡았다. 그게 ‘뉴스’였다.

“원작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하죠. 정치인, 언론인, 그 가운에 엮인 깡패까지. 엄청난 캐릭터들과 적나라한 사회 고발성 메시지가 담겼잖아요. 영화로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신 원작 그대로를 영화화할 수 없었어요. 영화는 영화다워야 했으니까요. 할 얘기가 참 많은 영화였지만 그 얘기가 사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잖아요. 포인트를 뉴스로 잡았죠. 마치 실제 있는 일처럼, 일어날 수 있는 사건처럼 보여주자는 마음이었어요.”

‘내부자들’은 검은 영화다. 검은 정치, 검은 언론, 검은 돈, 검은 권력이 사회를 움직이는 근간이다.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 정의 구현과 신분 상승의 야망을 동시에 가진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막강한 언론사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 이 세 명이 만든 기승전결의 획은 굵고 강렬하다.

한 때 ‘여의도 입성’까지 꿈꾸던 연예기획사 대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파하겠노라며 개천의 용을 꿈꾸던 경찰, 모든 권력을 무력화시키는 펜을 놓고 싶지 않았던 기자, 대한민국 높은 곳에서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싶었던 정치인들. 모두 가진 게 많아 잃을 것도 많은 이들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피곤했다. 어제의 적과 오늘의 동지를 나누는 일이 무의미했다. 더럽고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일도 부끄럽지 부끄럽지 않게 드러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 사람을 아프게 하는 방법도 잔인하게 표현됐다. 성(姓)에 값을 매기는 싸구려 정신은 ‘고급진 파격’으로 포장됐다.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폭력성을 다루는 부분에서도 과감히 살려야 할 곳은 살렸고요. 영화는 원작과 다르게 인물 간 치열한 대결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런 중요한 장면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죠. 여성 관객들은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걱정이 되지만 덜어낼 수 없는 신이었습니다. 대신 어떤 장면도 클로즈업으로 촬영하진 않았어요. 선정적으로 비치길 원치 않았거든요. 이게 만약 정말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뉴스에서 다뤄진다면, 어떤 식으로 카메라에 잡힐지 그 구도를 상상해서 촬영했죠.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본 한국의 범죄 느와르 영화와는 달리 이야기의 질적인 판을 키운 작품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실제로 기사를 보면 좋은 뉴스를 찾긴 힘들다. 정치면엔 화가 많이 난 네티즌, 경제면엔 한 숨 쉬는 네티즌, 사회면엔 억장이 무너지는 네티즌이 있다. 그렇게 화내고 한 숨 쉬고 분통을 터트리던 이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이 뉴스를 보며 식구들끼리 저녁 먹는 자리다.

“현실이 그러니까 영화까지 무겁게 가야하나 부담도 됐어요. 배우들이랑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고요. 다들 ‘나 먹기 살기도 바쁘다’라는 말 많이 하는 때고요. 하지만 현실에서도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고 믿고, 과오를 잊지 않도록 환기시키는 분들도 존재한다고 봐요. 우리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힘을 얻어야 했고요. 실제론 권력과 돈에 무릎을 꿇는 새드엔딩일지라도 극장 안에서는 희망을 가졌으면 했어요. 결국엔 악한 자가 벌을 받도록 했죠. 원작의 무거움은 영화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고, 그렇게 그려서도 안됐고요. 그래서 웹툰에선 참 세련되고 멋진 대사들이 많고 비유적인 표현이 대단했는데 영화는 더 가벼운 직구로 던진 부분도 있어요.”

뉴스를 보듯 관조하게 되는 ‘내부자들’. 우리 사회 갑을(甲乙) 관계에도 큰 화두를 던졌던 영화 ‘베테랑’과 비교되는 부분도 있다. 그만큼 상업적이지만 그처럼 유쾌하진 않다.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가 관객에게 쉬어갈 틈을 주는 전부. 특히 우장훈 검사를 연기한 조승우와의 호흡에서 ‘브로맨스’가 빛을 발했다.19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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