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나비효과, 조금씩 태풍이 되고 있다

  • 등록 2014-03-13 오전 10:23:01

    수정 2014-03-13 오전 10:23:01

왼쪽부터 박정권, 장성호, 김주형.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나비 효과가 조금씩 한국 프로야구를 흔들기 시작했다.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가 불러올 파장.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팀의 측면에선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갖게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2014시즌은 모든 팀들이 의무적으로 외국인 타자 1명씩을 보유해야 한다. 그저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뿐이지만 그로 인한 도미노 현상은 토종 선수들의 입지를 여럿 흔들어 놓고 있다. 한 명의 외국인 타자가 서너명의 토종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거포를 영입한 팀은 1루, 외야, 지명 타자 자리가 갑자기 포화상태가 됐다. 롯데, SK, KIA가 대표적인 예다.

롯데는 히메네즈와 최준석을 동시에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수비는 1루만 가능하다. 둘 만 있다면 한 명이 지명타자를 가면 그만이지만 기존 선수들의 성장을 무시할 수 없다.

박종윤은 레벨 스윙으로 극단적 변신을 택한 뒤 매우 성공적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 세 명 뿐인 2000안타를 돌파한 장성호는 은퇴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누군가는 백업을 넘어 2군으로 내려가야 할 상황이다.

최강 외국인 타자 스캇을 영입한 SK도 포지션 고민에 빠졌다. 충수염으로 재활중인 박정권과 지난해 가능성을 보였지만 부상으로 빠졌던 이명기가 합류하며 격변을 앞두고 있다. 스캇은 1루와 외야가 가능하다. 박정권과 동선이 일치한다. 이명기가 돌아오면 SK외야는 이미 포화 상태. 여기에 이만수 감독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한동민도 스캇과 포지션이 동일하다.

KIA는 1루가 전공인 브렛 필을 외야로 돌리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김주형과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타자 최희섭까지 살려보겠다는 방안. 그러나 필의 외야 수비력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지명 타자 자리는 나지완이 버티고 있어 틈이 없다.

다른 팀들도 크고 작은 고민이 있다. NC는 테임즈를 1루로 돌리며 지난해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던 조영훈이 자리를 잃었고, LG는 벨의 가세로 문선재와 김용의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삼성은 조동찬이 부상에서 회복하면 나바로의 자리를 어디로 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모 팀 코치는 “이론적으로 최적의 조합은 짤 수 있다. 기계라면 과감하게 2군으로 선수를 보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경기에 빠진 선수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 불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 팀 감독은 “그것도 외국인 선수가 잘 했을때 생기는 고민이다.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머리가 아프다. 많은 돈을 들여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가 초반에 좀 부진하다고 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최대한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빠져 있어야 할 선수들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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