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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남 모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무디(전현무 DJ의 줄인말)를 봤어요! 아는 척 하고 싶어서 계속 쳐다봤는데 그냥 꾹 참았어요.”
전현무가 청취자의 사연을 읽었다. 4일 서울 강남의 모 카페에서 전현무와 인터뷰로 만난 기자 입장에서도 왠지 반가운 사연이었다. 전현무는 요즘 MC계 ‘대세’다.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해준 프로그램은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다. 최근 시즌2를 마치고 숨고르기 중인 전현무를 만났다.
전현무는 “대부분의 여성 분들이 그렇다”고 했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깐족’ 이미지가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한 진정성 지수를 떨어트린다는 넋두리였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순 이성과의 접근 영역에만 적용되는 아쉬움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현무의 말엔 책임감이 실려있었고 눈빛은 진지할 줄도 알았다. 흥미가 생기는 이야기엔 몸을 당겨 궁금해하기도 했고, 전형적인 질문에도 정형적으로 답하지 않는 솔직함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비주얼이, 화면보다 실물이 더 나아 보였다. 전현무의 말처럼 그는 실제로 만나니 더욱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까불고, 공격적인 방송 이미지대로 봐주는 분들이 많죠. 다들 ‘실제로 보면 전현무씨 정말 다르네요’라고 해요. 할수만 있다면 시청자 한분 한분 다 만나고 싶을 정도에요.(웃음) MC로서 제 색깔이니까 마냥 억울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저는 포커페이스가 못 돼요. 표정관리가 안 되거든요. 시청자에게도, 청취자에게도 그렇죠. 재미없는 건 없다고 해야 하고요. 사실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방송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정말 많은 사람과 시간, 돈이 투입되는 건데 저처럼 이성적으로 나서 줄 사람도 필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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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 처음 했을 때 ‘내가 방송인으로서 역량이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진이 저에게 부탁한 건 아나운서 진행이었고 너무 웃기려고 욕심내지 말라셨죠. 하지만 ‘히든싱어’는 기본적으로 유쾌해야된다고 생각했어요. 게스트와 간간히 토크도 해야하고, 원조가수 자극도 해야하고, 아마추어 출연자들을 북돋아도 줘야하고, 녹화 시간에 지치는 관객을 잠에서 깨우기도 해야 합니다. 근데 진행이 심심할 수 있나요.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어느 순간 저의 ‘깐족 진행’에 관객들이 웃고, 시청자들에게 통하기 시작하면서 ‘히든싱어’의 톤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저도 제작진도 ‘히든싱어’가 이런 색깔을 갖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오는 8월 시즌3를 준비하고 있는 ‘히든싱어’ 제작진에게 전현무는 ‘무한신뢰’의 대상이다. ‘히든싱어’의 조승욱 PD는 “순간적인 애드리브와 재치, 무대 위에서 그가 보여주는 역량은 나 역시 매회 녹화 때마다 기대가 될 만큼 훌륭하다”고 말했다. 전현무 역시 시즌2가 종방된 날 1년 전을 떠올리며 묘한 감정에 젖어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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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는 한 마디로 ‘진일보한 팬미팅’이에요. 가수를 좋아하는 팬들이 모인 이벤트가 아니라, 가수를 정말 좋아한 나머지 그의 모든 걸 따라 하는 곳이잖아요. 이젠 ‘싱크로율’이라는 핵심을 넘어 가수, 모창능력자, 시청자 모두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겨야 하는 프로그램이 됐어요. 그만큼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굉장한 고충과 걱정을 안고 있겠죠. 지금까지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견뎠기 때문에 지금의 결실도 있는 거고요. ‘히든싱어’가 전무후무한 의미의 프로그램으로 쭉 이어졌으면 해요.”
전현무의 바람은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히든싱어’와 같은 일종의 오디션프로그램이 명맥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힘은 이전 시즌 출연자들의 활약이다. ‘슈퍼스타K’나 ‘K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음 시즌을 론칭하는 데 있어 배출해낸 화제의 참가자들이 부족하다면 얼마나 기운이 빠지겠나. ‘히든싱어’ 역시 방송 당시 대중에게 사랑 받았던 출연자들이 그 후에도 꿈을 향한 탄탄한 길을 닦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현무는 그 부분에 마음을 쓰고 있다.
“제가 누굴 조언해줄 위치는 아니지만, 그들을 보고 있으면 불안하기도 해요. 방송으로 얻은 인기는 방송이 끝나면 금방 사라집니다. ‘히든싱어2’ 끝난 지 이제 한 주 지났나요? 벌써 조금은 잊혀진 분위기잖아요. ‘꿈은 포기하지 말되 흐름을 쫓아라’, ‘과감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라’고 얘길 많이 해줘요. 역설적인 의미지만 진심이거든요. SNS로 우리끼리 모인 대화방이 따로 있는데 바비킴, 백지영 편에 나왔던 두 분이 총무를 맡아 늘 보고를 해줘요. 정말 순수한 분들인데 상처받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들에게 도움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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