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인지는 23일 끝난 한국여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내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인지의 우승을 누구보다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오로지 골프 선수로 키워야겠다는 일념으로 10년 넘게 고생한 아버지 전종진(54)씨다. 시상식에서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낸 전인지를 멀리서 지켜보던 전씨는 그간의 고생이 떠올라 말없이 눈물을 훔쳐냈다.
전북 군산이 고향인 전인지는 또래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전종진(54) 씨의 의지가 컸다. 당시 수학 재능자로 영재수업을 받고 있었던 전인지는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으로 갔고, 생전 처음 보는 막대기(?)를 손에 쥐었다. 아버지는 그냥 마음대로 휘둘러보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지금은 전인지의 열렬한 팬이 된 당시 교감 선생님은 “공부에 더 소질이 있다”며 아버지를 만류했다. 수업을 빼주지 않는 등 마찰이 생기자 아버지는 골프 환경이 좋은 제주도로 전학을 보내버렸다. 전씨는 “배고픈 운동은 시키기 싫어 골프를 택했다”며 “집안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딸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싶었다. 지금도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맹부삼천지교’의 끝은 제주도가 아니었다. 좋은 코치가 있고, 연습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라면 마다치 않고 찾아다녔다. 제주도 한라중학교에 입학한 전인지는 몇 개월 되지 않아 전남 보성에 있는 득량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고등학교는 신지애(25·미래에셋)의 모교인 함평골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의 지극 정성 탓인지 전인지는 사춘기를 모르고 자랐고, 엘리트 코스를 모두 밟으며 대형 선수로 커나갔다.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다. 그리고 골프를 시작한 지 9년 만인 지난해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당당하게 진출했다.
지난 5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인지는 “프로 골퍼가 되려면 1년에 1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1년에 산 하나씩 팔았을 것이다. 이제 아버지를 위해 살겠다”며 지극한 효심을 드러냈다. 이제 우승으로 아버지에게 진 빚을 조금이니마 갚게 된 전인지는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