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사랑, 닫힌 귀네슈의 마음을 열다

  • 등록 2009-09-12 오후 11:01:59

    수정 2009-09-12 오후 11:01:59

▲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전달받고 기뻐하는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사진-FC서울)



[서울월드컵경기장 =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2002한일월드컵에서 터키대표팀을 이끌고 3위를 했을 때도 감동받았지만 오늘 만큼은 아니었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굳게 닫혔던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의 입이 팬들의 뜨거운 사랑에 힘입어 활짝 열렸다.

귀네슈 감독은 12일 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감독 최강희)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직후 '앞으로 기자회견에서 입을 열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을 바꿔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귀네슈 감독은 경기 내용에 대해 "전북이 스피디하고 움직임이 많은 팀이라 어려운 승부를 벌였다"면서 "0-1로 전반을 마쳤지만 후반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서울은 전반40분 전북 공격수 루이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8분 수비수 김치곤이 만회골을 터뜨린데 이어 후반30분 공격수 데얀이 역전골을 폭발시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결과에 대해 짧게 설명을 마친 귀네슈 감독은 이후 팬들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큰 힘이 됐다"는 말로 운을 뗀 귀네슈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지쳤을 때 팬들의 성원 덕분에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K리그와 한국축구에 대한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귀네슈 감독이 이렇듯 예고 없이 태도를 번복한 건 팬들의 적극적인 성원에 힘입은 결과였다.

이날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귀네슈 감독을 지지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경기 전 상영하는 한편, 프로연맹이 귀네슈 감독에게 부과한 벌금 1000만원을 대신 납부하겠다며 모금 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귀네슈 감독은 앞서 열린 포항과의 피스컵코리아 4강 2차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항의했다가 K리그로부터 '벌금 1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수호신은 전북전을 앞두고 '위대한 귀네슈, 당신이 옳습니다(Great Gunes, You're right)'라는 영문 글귀가 새겨진 티셔츠 500장을 제작해 판매하는 한편, 별도의 모금 운동을 병행해 총 10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호신 측은 경기 후 이 돈을 박스에 담아 귀네슈 감독에게 전달했고, 팬들의 사랑을 확인한 귀네슈 감독의 마음은 봄 눈 녹듯 녹아내렸다.

귀네슈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난 3년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많이 참아왔는데, 팬들이 그 부분을 이해해준 것 같다"며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한편, "나 혼자 남았다고 느꼈을 때 팬들이 사랑을 확실히 보여줬다"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아울러 서울 구단 관계자를 통해 팬들에게 받은 돈은 좋은 곳에 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FC서울 팬들에게 전북전은 '3연패 탈출'과 'K리그 1위 수성'이외에 '귀네슈 감독 구하기'라는 값진 성과까지 곁들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경기였다.

▲ 세뇰 귀네슈 감독(아래 가운데)이 팬들로부터 모금액이 든 상자를 전달받는 장면(사진_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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