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떴' 대본 논란, '리얼'과 제작방식 차이가 빚은 오해

  • 등록 2009-01-06 오후 12:13:04

    수정 2009-01-08 오전 9:52:50

▲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코너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코너가 대본 공개로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가 대본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리얼리티가 아니라 미리 짜인 각본대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줬기 때문이다.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이 공개된 것은 한국방송작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방송문예 2008년 12월호를 통해서다. 이 책에는 지난해 7월13일과 20일 각각 방송된 출연진의 전라남도 보성 강골마을 체험기가 실려 있다.

이 대본에는 유재석, 윤종신, 김수로, 대성, 이천희, 이효리, 박예진과 게스트 박해진이 집 주인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 대사와 행동을 지시하는 지문 등이 적혀 있어 오해를 줄 소지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제작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대본과 당시 방송을 비교해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대본에 대사는 있지만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출연진은 아무도 없다. 출연진에게 주어지는 미션은 같지만 행동은 대본과 다르고, 미션 결과도 대본에 없다. 또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본에 없이 만들어지는 상황들이 대부분이다.

이날 출연진은 죽순을 따러 갔다가 대나무 밭에서 게임을 했다. 김수로는 대나무를 베고 있는 이천희에게 특유의 말투로 “일단 다 짤라, 다 짤라”라고 했지만 대본에는 이 대사가 없다. 또 김수로와 이천희가 ‘30초 액션 장면’ 등을 보여주는 것은 아예 대본에 없다.

게임을 할 때도 이효리와 박예진이 남자 출연진을 팀으로 나눠 대나무에 얼마나 높이 올라 가는지로 승부를 낸다는 방식과 첫 경기 후 재경기, 막판 뒤집기까지는 대본에 있었지만 막판 뒤집기에서는 대본대로 두 여자 출연진을 높이 올려 오래 버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출연진이 대나무에 매달려 오래 버티기로 승패가 갈렸다.

미션은 주어지지만 일어나는 상황과 출연진의 행동은 대부분 리얼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다른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공개된 ‘패밀리가 떴다’ 대본은 각 출연진의 캐릭터에 맞춰 대사, 행동 등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도 오프닝 멘트와 한가지 미션이 끝난 뒤 이어지는 MC들의 멘트 등은 미리 대본에 써놓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대본대로 촬영을 하는 출연진은 거의 없고 촬영을 할 때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대부분의 상황들도 대본과는 다르게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션은 주어지지만 구체적인 행동방식, 이로 인해 나타나는 출연진의 감정 변화, 결과는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지금은 하차한 솔비와 앤디 커플 중 솔비가 과거 김치를 담그는 미션을 수행한 것도 앤디의 이상형이 ‘김치 잘 담그는 여자’라는 것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솔비의 행동, 두 사람의 감정 변화 등은 미리 짜인 게 아니었다는 것도 그 한 예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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