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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당신은 한국인으로서 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독도가 던진 질문이다.
독도. 한국 국민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1년에도 수차례 그 이름이 미디어에 오르내리고 너나할 것 없이 ‘우리 땅’이라고 외쳐댄다.
그러나 당연한 것처럼 ‘우리 땅’이라고 말하면서도 노래 ‘독도는 우리 땅’에 가사로 소개된 것 이상 독도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독도는 외롭다.
그런 독도가 영화의 주인공이 돼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감독 최형묵, 제작 지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서다.
영화가 개봉을 앞두면 주연 배우들이 홍보를 위해 언론매체들과 인터뷰를 한다. ‘미안하다 독도야’의 주인공 독도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독도는 이 영화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 2005년 8월 업무차 독도를 찾아갔던 인연으로 ‘미안하다 독도야’에 등장하는 사람들, 가수 김장훈의 내레이션을 바탕으로 독도가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문일답 형식의 인터뷰로 재구성했다.
― 영화의 주인공으로 데뷔한 기분은?
▲ 아침에 눈을 떠보니 스타가 돼 있는 기분인데 좋지는 않네요. 평소에 관심이 없다가 일본이 저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며 시마네현 땅이라고 주장할 때나 주목을 받잖아요. 일본의 그런 도발이 없었다면 제가 영화 주연이나 될 수 있었겠어요?
▲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잖아요. 꾸밀 필요도 없고. 오히려 저를 위해 울릉도에서 시민 6000명의 손도장을 받아 태극기를 만든 대학생 동아리 ‘생존경쟁’, 촬영팀이 고생을 했죠. 저를 만나러 오려고 해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힘든데 17개월 동안 이번 영화를 제작했거든요.
― 가족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 함께 사는 분이 있어요. 김성도 할아버지와 김신열 할머니 부부죠. 독도 거주민이면서 특히 김성도 할아버지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면 독도리 이장님이시죠. 또 방학이면 놀러오는 김성도 할아버지의 손자 김환 군, 독도경비대원들과 삽살개, 수많은 괭이 갈매기 모두 제 가족이죠. 특히 김성도 할아버지 부부와 김환 군은 손도장 태극기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해 제가 다 뿌듯해요.
― 삽살개는 귀신을 쫓는다고 하죠?
▲ 제 가족인 삽살개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걸 쫓고 있죠. 일본이 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에서 볼 수 있는 군국주의의 망령이요. 그래서 제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가족의 일원이예요.
―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고 그 날에 맞춰 행사도 하잖아요. 그럴 때 기분은 어때요?
― 국민들에게 서운한 점이 많겠어요.
▲ 집단 기억상실증인 것 같아요. 평소에는 제가 있는지 없는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잖아요. 대통령이 10명이나 나왔지만 절 찾아온 분은 아무도 없을 정도니까요.
일본이 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도 그래서라고 봐요. 한국은 ‘독도는 두말이 필요 없는 우리 땅’이라는 생각에 일본이 뭐라고 해도 그냥 무시해 버리기 일쑤였잖아요.
그 사이 일본은 세계 지도에서 제 이름 ‘독도’를 지워버리고 ‘다케시마’로 바꿔가고 있었죠. 전 세계 지도의 97%에 제 이름이 ‘다케시마’이고 한국의 동해가 아닌 일본해가 주소지로 돼 있다고 해요. 어이가 없죠. 저는 신라시대인 512년부터 1500년 가까이 한국에 호적을 두고 살아왔는데.
―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에서만, 그리고 무작정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부르짖을 게 아니라 전 세계에 제가 한국의 일부라는 것을 알릴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나왔으면 해요.
이번 영화에 기획프로듀서로 참여한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씨와 생존경쟁 팀이 기네스북에 올릴 계획으로 진행했던 손도장 태극기 프로젝트 같은 거요.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태극기를 제 앞 바다에 띄울 때는 정말 마음이 뭉클했어요. 제가 왜 한국의 일부인지를 국제사회에 학술적 설명으로 전달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미안하다 독도야’는 독도를 주인공으로 일본의 소유권 주장에 맞서 독도에 살고 있는 김성도 할아버지 부부와 손자 가족 이야기를 비롯해 사이버 외교를 펼치는 민간단체 반크, 독도를 해외에 알리려고 영어학원에 다니는 80대 할아버지, 다양한 국민들과 펜팔을 통해 독도를 알리는 초등학교 여학생 등 꾸준히 독도를 사랑해온 일반인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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