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해프닝 한번으로 단박에 유명해졌다.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게 남의 얘기가 아니다.
오는 24일 방송될 MBC 청소년 특집드라마 ‘나도 잘 모르지만’으로 연기 데뷔를 하는 신예 최아진(17)이 그 주인공이다.
21일 인터넷에서는 최아진과 ‘나도 잘 모르지만’이 화제가 됐다. 지난 2003년 아이스크림 케이크 CF에서 깜찍한 외모로 화제를 모았던 최아진이 ‘나도 잘 모르지만’을 통해 연기자로 복귀한다고 알려진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나도 잘 모르지만’에 출연하는 최아진은 과거 CF 스타가 아닌,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 나이도 아이스크림 케이크 CF에 출연한 최아진보다 4살 많은 다른 사람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최아진을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저도 당황스러웠는데 제 이름이 점점 화제가 되니 나쁘지는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상대방은 기분 나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됐고요.”
고교생으로 앳된 외모지만 똑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고 남도 배려하는 품이 제법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냉정하고 까칠하며 공주병을 넘어 ‘나한테 접근하지 마’라고 남자들에게 말하는 도끼병까지 있는 캐릭터죠. 저도 공주병이 좀 있다는 생각에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딱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 카메라 앞에 서니 너무 떨려 실수도 많이 했죠.”
최아진은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다 지난해 초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부모를 졸라 혼자 서울에 올라왔다. 그리고 겨우 3개월여 트레이닝을 했을 뿐인데 ‘나도 잘 모르지만’ 연출자인 이재동 PD의 눈에 띄어 캐스팅됐고 영화 ‘가벼운 잠’에서는 주연으로 발탁됐다.
행운?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끼’와 열정이 예사롭지 않다. 대구 출신이라면 말투에서 사투리가 배어나올 법한데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적잖이 노력을 했어요”라고 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다. 지금은 ‘가벼운 잠’ 감독의 주문에 따라 몇 개월 사이에 체중 6kg을 늘렸다고 했다. ‘영화 촬영 후 다시 뺄 생각이냐’고 묻자 “당연하죠”라고 대답했다. 프로의 기질이 물씬 풍겼다.
최아진은 정신질환자 연기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가장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가 미친 사람’이라는 말을 들고 그런 캐릭터 연기를 연습해 봤는데 정말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도전욕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뗐을 뿐이지만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이 욕심에서 연기자로서 최아진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교생 신예 최아진이 연기파 배우 오광록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아진은 22일 이데일리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본연습을 하는데 사실 연기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조마조마 했어요”라면서도 “연습을 마친 뒤 오광록 선배가 잘 했다며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주신 덕분에 용기를 얻었죠”라고 고마워했다. 이 드라마에서 최아진은 남자 주인공 민욱기(이민호 분)의 여자친구 이주원 역을 맡았다. 극중 이주원은 새로 만나기 시작한 대학생과 스키장에 놀러와 민욱기와 또 다른 남자 주인공 이두헌(라임 분)이 길을 떠나는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사실 최아진은 대본연습 당시 제작진에게는 “좀 톡톡 튀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착한 학생이 못된 척 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처음 대본을 받고 이 역할을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일부러 못되게 행동하는 등 캐릭터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도 지적을 받았으니 주눅이 들었을 수도 있을 터다. 그러나 오광록은 연습실을 나서며 “대본연습에서 네가 보여준 모습이 애교 있고 난 것 같다”며 최아진을 두둔해 용기를 심어줬다. 그럼 실제 촬영에서 최아진은 어땠을까? 영악한 대답이 돌아왔다. “두분 말씀을 적절히 섞었죠. 그랬더니 아무 말씀 없으시던 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