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 구자철, 유소년 업무로 새출발... “한국 축구 위해 뛰겠다”

14일 축구회관서 현역 은퇴 기자회견
"제주서 은퇴하겠다는 꿈 이룰 수 있어서 감사해"
2014 브라질 월드컵 떠올리며 눈시울 붉히기도
제주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출발
"좋은 선수 발굴하고 1군 정착 돕겠다"
  • 등록 2025-01-14 오전 11:51:14

    수정 2025-01-14 오후 2:04:01

제주SK의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구자철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현역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이 제2의 축구 인생도 제주SK FC에서 시작한다.

구자철은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선수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자철은 “사실 은퇴 결심을 한 뒤 준비하면서 홀가분하고 더 빨리 은퇴해서 한국 축구를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며 “많은 분이 와주신 만큼 더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년 전부터 은퇴를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구자철은 “우리 세대는 한국 축구를 위해 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은퇴 후에도 받았던 사랑과 누렸던 경험을 간과하지 말자고 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한국 축구가 변화하는 데 자기 역할을 하자는 게 확고했다”라며 “독일에서 뛸 때도 뮌헨을 다니면서 지도자를 비롯해 유소년, 행정 등을 배우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게 정말 중요하고 마음 가는 제주가 그런 부분의 직책을 줬다”라며 “서두르지 않되 매듭 있는 일을 해보자는 목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은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는 부상을 꼽았다. 구자철은 “근육, 무릎, 발목 상태가 버텨주지 못했다”라며 “한국 무대로 돌아온 뒤엔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 기간이 늘어났다. 이런 시간이 반복되니 은퇴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제주SK FC
구자철은 자신을 발굴하고 키워준 제주에서 은퇴하는 게 꿈이었다며 “그걸 이룰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은퇴 후의 꿈은 아직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12 런던올림픽을 회상했다. 그는 “축구화를 신고 있을 때가 아니라 시상대에 올라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봤을 때”라고 전했다.

당시 구자철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올림픽 1년 전 일본과의 A매치에서 0-3 완패의 굴욕을 겪었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지면 안 된다’는 정신을 갖고 있었는데 너무 부끄러웠고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했다”라며 “다음 한일전에서 지면 축구를 그만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1년 전 패배에 대한 반성과 기억으로 이길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사진=AFPBB NEWS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을 꼽았다. 당시 주장으로 대회에 나섰던 구자철은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구자철은 “아쉬운 순간은 너무 많지만 브라질 월드컵은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둔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번에 은퇴한다고 하니 최연소 대표팀 주장, 월드컵 주장이라는 타이틀이 따라오는데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며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하는데 당시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구자철은 “브라질 월드컵의 경험을 통해 성장했으나 부족함으로 인해 국민들에게는 아쉽고 또 월드컵이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분들께 너무 죄송했다”라고 밝혔다.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기성용(FC서울), 이청용(울산HD)과 나눈 이야기도 전했다. 구자철은 “은퇴 이야기를 하니 다들 아쉬워하고 고생했다고 해줬다”며 “(기) 성용이와 (이) 청용이를 같은 선수로 존경하면서 장점을 많이 따라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흔들릴 때도 그들의 말에 바로잡을 수 있었다”며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욕심내다가 그르치지 말자’고 한다”며 “다 같이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일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제주SK의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구자철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목하는 미래로는 “돌연변이가 한 명 있지 않느냐”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언급했다. 구자철은 “(박) 지성이 형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갈 때 정말 놀랐는데 이후 (손) 흥민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했다. 강인이와 (김) 민재는 빅클럽에서 뛴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이 더 큰 꿈을 갖는 원동력이 된다”라며 “후배들의 꿈을 키워주고 더 큰 팀에서 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준다”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K리그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K리그의 수준, 행정 등이 발전했다고 말하면서도 잔디 개선은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구자철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더운 날씨 영향도 있지만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서라도 변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철은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가족이 더 부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며 “독일에 있을 때 대표팀 경기하러 가면 열흘씩 자리를 비우고 했는데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또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해준 아버지, 고모, 처제 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주SK의 구자철(오른쪽)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구자철 현역 은퇴 기자회견 및 유스 어드바이저 위촉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제 구자철은 기자회견 현수막에 적힌 ‘축구화는 벗지만 제주 유니폼은 벗지 않는다’는 말처럼 제주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출발한다. 제주는 구자철의 헌신을 잊지 않았다며 다른 제의에도 제주 유소년 발전을 생각한 구자철과 동행한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유럽 지역의 유소년 시스템 및 훈련 프로그램을 제주에 전달한다. 풍부한 유럽 축구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주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연수 기회와 가교 구실도 한다. 또 제주의 유럽 지역 외국인 영입에 대한 스카우트도 지원한다.

구자철은 “한국에서 또 기존에 일하시던 분을 존중한다”며 “보고 느낀 것과 현장은 다르다. 난 현장의 어려움을 모르기에 도움을 드리면서 상황에 따라 적극성을 발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소년 어드바이저로의 목표에는 “제주 선수단 구성에 탄탄한 결실을 보는 게 목적”이라며 “기본 목표에 충실해서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또 1군에 잘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유소년 선수들은 향해서는 목표를 정하는 게 첫 번째라며 “동기부여가 있으면 행동에서 차이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는 “꿈을 그릴 목표가 있었으면 한다”며 “제주 유소년 팀에 좋은 선수가 오고 발굴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진=AFPBB NEWS
구자철은 2007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 리그 10경기에 나서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구자철은 2010년 잠재력을 폭발했다. 리그 26경기 5골 11도움으로 제주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2011년부터는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며 본격적인 유럽 무대 도전에 나섰다. 이후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 등을 거치며 약 9년간 분데스리가를 누볐다. 2019년 유럽 무대를 떠나 알가라파, 알코르(이상 카타르)를 거친 뒤엔 2022년 친정팀 제주로 복귀했다. 제주 복귀 후엔 잦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나 베테랑으로 팀 중심을 잡았다.

구자철은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헌신했다. 두 차례 FIFA 월드컵(2014·2018년), 세 차례 아시안컵(2011년·2015년·2019년) 출전을 비롯해 2009년 FIFA U-20 월드컵 8강,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한국 축구 역사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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