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틀 깨고 '월클' 걸그룹 되고 싶어요" [인터뷰]

벨기에·브라질 멤버 속한 다국적그룹
'투나잇' MV 500만뷰 돌파 화제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
  • 등록 2020-11-04 오전 9:55:21

    수정 2020-11-04 오전 9:55:21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기존의 틀을 깨는 걸그룹이 되고 싶어요.”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한 신인 걸그룹 블랙스완(BLACKSWAN) 멤버들의 말이다.

영흔(25), 혜미(24), 파투(25), 주디(25), 레아(19) 등 5명으로 구성된 블랙스완은 “기존 틀을 깨겠다”는 포부에 걸맞은 멤버 구성으로 국내외 K팝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블랙스완은 K팝 신 최초로 벨기에와 브라질 출신 멤버가 모두 속해있는 팀이다. 멤버 중 파투와 레아가 각각 벨기에와 브라질에서 “K팝 가수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한국으로 왔다.

왼쪽부터 혜미, 주디, 영흔, 레아, 파투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 멤버가 아닌 유럽과 남미 출신 멤버가 속해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신선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주디), “그런 의미에서 블랙스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유니크’라고 할 수 있어요.” (영흔)

외국인 멤버 중 파투는 세네갈에서 태어나 벨기에에서 자란 K팝 신 최초의 아프리카계 유럽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다. 파투는 “데뷔라는 꿈을 이루게 돼 신기하고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열네 살 때부터 K팝과 한국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작년에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왔죠. 한국으로 온 뒤 모델 회사에 캐스팅되면서 연예계 활동을 하게 됐지만 나이가 많아서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운 좋게 지금 회사 대표님을 만나 블랙스완 멤버가 될 수 있었죠.” (파투)

파투
레아
브라질 출신 레아는 중학교 때부터 방학이면 한국으로 와 오디션과 트레이닝을 받던 열정 넘치는 K팝 꿈나무였다. 레아 역시 데뷔 소감을 묻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답하며 미소 지었다.

“제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는데 브라질 팬 분들이 ‘사랑한다’ ‘너무 예쁘다’ 같은 댓글을 달아주면서 응원을 해주고 계셔서 힘을 얻고 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실력을 키우고 싶어요.” (레아)

국내 멤버들의 경우 남다른 사연을 품고 블랙스완으로 활동에 나서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흔은 열아홉 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다가 수차례 데뷔 무산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다가 걸그룹 스텔라의 새 멤버가 됐으나 합류 직후 팀이 해체해 제대로 활동을 해보지 못했다.

“‘이대로 나이만 들어가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많았어요. 방황을 시간을 보내던 중 트롯 가수 데뷔 제안을 받고 고민하기도 했고요. 저에게 블랙스완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도전한 끝에 잡은 기회에요.” (영흔)

주디는 블랙스완 멤버가 데뷔 전까지 평범한 일반인의 삶을 살았다. 대학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한 주디는 트레이너로 약 3년간 일한 경험이 있고, 데뷔 전까지는 쇼핑몰을 운영했다. 춤은 취미로만 즐겨왔다.

“고등학교 때 호기심에 오디션을 봤던 적이 있어요. 그때 알게 돼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블랙스완 오디션을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이 나이에 오디션이라니’ 하는 생각으로 재미삼아 임했는데 덜컥 붙었고, 어느새 데뷔까지 하게됐죠. 요즘도 침대에 누울 때마다 ‘내가 걸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니’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신기해하곤 해요. (미소).” (주디)

영흔
주디
혜미
그런가 하면 혜미는 2015년 라니아 멤버로 데뷔해 각종 무대를 누볐던 경험 많은 멤버다. 숱한 멤버 교체 속 꿋꿋이 팀을 지켜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많이 지쳐있었어요. 멤버는 자꾸 바뀌고, 그럴 때마다 기존 안무 등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해야했으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의욕이 사라진 상태였는데 블랙스완 멤버들을 만나서 다시 에너지를 얻게 됐어요. ‘이번엔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직감했다고 해야할까.” (혜미)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한 팀이 된 다섯 멤버.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 마음 한 뜻으로 활동하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다행히 파투와 레아의 한국어 실력이 향상되고 다양한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주디가 팀의 소통 창구 역할을 잘 해내면서 팀워크가 돈독해졌다고 한다.

시행착오를 겪은 끝 블랙스완은 기존 걸그룹의 틀을 깨고 자신들만의 길을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저력을 갖춘 유일무이한 팀의 모습으로 출사표를 던질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중순 베일을 벗은 데뷔곡 ‘투나잇’(Tonight) 뮤직비디오는 벌써 총 조회수가 500만 건을 넘어섰을 정도로 후끈한 반응을 얻고 있다.

“‘날 원한다면 네가 먼저 다가와봐’라고 얘기하는 당찬 가사가 특징인 곡과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왕의 모습을 표현한 안무를 준비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영흔)

“요즘 섹시하면서도 센 콘셉트로 활동하는 걸그룹이 많이 없잖아요. 그렇기에 블랙스완은 특별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레아)

“블랙스완은 ‘페이크’(fake)가 아니라 ‘리얼’(real)이에요. 억지로 귀엽거나 예쁜 척을 하지 않고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파투)

블랙스완
블랙스완의 목표는 자신들의 강점을 잘 살려내 팀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글로벌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라니아 때도 흑인 멤버가 합류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엔 댓글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엔 칭찬글이 정말 많더라고요. 외국인 멤버를 바라보는 국내 팬 분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고, K팝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는 게 느껴져요. 그런 만큼 블랙스완이 잘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큰 상태이고요.” (혜미)

“브라질에서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분들의 인기가 대단해요. 블랙스완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날이 온다면 방탄소년단 분들처럼 유니세프와 함께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미국 빌보드 차트에도 올라보고 싶고요.” (레아)

“부모님께서 제가 K팝 걸그룹 멤버가 된 걸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계세요. 앞으로 블랙스완이 ‘월드 클래스’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해보려고 해요.” (파투)

한편, 팀의 리더 영흔은 인터뷰 말미에 “블랙스완이 깨고 싶은 틀은 또 있다”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20대 중반만 되어도 ‘나이가 많은데 걸그룹 활동을 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말을 듣는 게 현실이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많은 연습생 친구들이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고요. 블랙스완은 레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가 모두 20대 중반인 팀이에요. 저희가 잘 되어서 나이 문제로 인해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없는 업계가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노련미와 성숙미 있는 무대를 보여드릴 테니 긍정적인 시선으로 저희의 성장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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