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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의 선수 가운데 첫날 훈련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역시 사전 선호도 1, 2위인 마이클 산체스(31·쿠바·206cm)와 가빈 슈미트(33·캐나다·208cm)였다. 산체스는 비시즌에 휴식을 취하다 왔고 가빈은 전날 그리스 리그 파이널 경기를 치르고 합류한 탓에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러 감독은 ‘구관이 명관’이라며 호평했다. 코트 곁에 서서 꼼꼼히 연습 경기를 지켜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현장에 없는) 리버맨 아가메즈(34·콜롬비아·208㎝)와 가빈, 산체스 세 선수는 다른 지원자들과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위 선호도를 받은 선수들 가운데 깜짝 활약으로 구단의 눈길을 붙잡은 이도 있었다. 선호도 18위 조셉 노먼(26·미국·206㎝)은 206㎝의 큰 키를 살린 높은 타점과 블로킹으로 코트 위에서 맹활약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노먼의 점프력은 현재까지 선수들 가운데 단연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6위 스티븐 헌트(28·캐나다·196㎝)도 솜씨 좋은 레프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레프트가 필요한 팀은 헌트를 눈여겨볼 것”이라며 “서브 리시브도 좋고 공격 기본기도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다만 첫 훈련이기에 아직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 나온 구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첫째 날과 둘째 날 보여주는 모습이 크게 다르다”며 “시차 적응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이날 오후 훈련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감독과 코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선수 한 명 한 명을 꼼꼼히 지켜봤다. 7개 구단 관계자들은 코트 양 옆에 마련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지원자들의 실력과 태도를 점검하고 관련 자료를 확인하며 장고를 거듭했다. 선수들 또한 연습 경기임에도 몸을 던지는 플레이를 펼치며 최선을 다했다. 소속팀 일정 및 개인사유 등으로 평소 트라이아웃 보다 참가자는 다소 적었지만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 덕분에 경기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사전 선호도 5순위의 제이크 랭글로이스(26·미국·205.5㎝)는 “10일 동안 5경기를 소화한 적 있을 정도로 체력이 좋다. 폴란드나 브라질 등 다양한 리그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한국에 적응하는 데도 문제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거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산체스는 “한국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강도 높은 훈련에 대해 잘 안다”며 자신의 경력을 어필하기도 했다.
감독들은 이전 리그에서의 운동 루틴과 스케줄도 꼼꼼히 확인했다. V-리그의 특성상 해외 리그보다 훈련 강도가 높고 외국인 선수가 짊어져야 할 공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평소에도 매일 세네 시간씩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며 성실함을 강조했다.
간담회는 압박 면접처럼 무겁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이탈리아 출신의 안드레아 산탄젤로(24·이탈리아·197㎝)에 이탈리아어로 고향이 어딘지 묻자, 주변 감독들이 웃으며 내용을 통역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 배구와 V-리그에 대해 궁금해하는 선수들의 질문도 많이 나왔다. 선수들은 식단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주변 생활환경은 괜찮은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한국에서 남자배구가 인기 있느냐는 질문에 감독들이 “시즌 중 시합하면 관중석이 꽉 찬다. 야구, 축구 다음으로 인기 많다”고 하자 선수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감독들도 선수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각종 제안을 건넸다. 선호도 7순위 산탄젤로가 개인 차량이 지급되는지 묻자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우리카드는 감독 특권으로 차를 렌트해주겠다”고 답했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구단 차로 어디든 데려다주겠다”고 웃으며 응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