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MC 결산③]진행의 영역 파괴..'케미 살고, 패널 떴다'

  • 등록 2014-12-25 오전 9:07:00

    수정 2014-12-25 오전 10:03:16

‘비정상회담’(위)과 ‘냉장고를 부탁해’(아래 왼쪽), ‘슈퍼맨’의 송일국 가족과 이휘재 가족.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MC의 ‘양강 구도’가 깨진 지는 오래됐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원톱 시대’가 갔다는 말이다. 관찰 형 예능프로그램이 많아지고 2인 이상의 MC 체제와 여러 명의 패널이 구성을 이룬 콘셉트가 떴다. 유재석도, 강호동도 더이상 혼자 힘에 기대 프로그램을 이끌지 않는다.

올해는 특히 진행의 영역 파괴가 두드러졌다. MC석과 패널석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졌다. 스튜디오의 공간에도 변화가 생긴 셈이다. 심리적으론 영역이 더욱 모호해졌다. ‘말’은 MC보다 패널의 몫이었다.

신동엽 성시경(왼쪽)과 정형돈 김성주.
△MC 조합, 케미가 살았다

그렇다고 MC의 존재가 죽어선 안 된다. 제작진은 ‘조합’에 기댔다. 예상하지 못한 조합 혹은 원래 잘 맞았던 조합을 찾아 MC를 구성했다. A와 B의 화학작용을 일컫는 ‘케미스트리’라는 말은 MC 군단에서의 훌륭한 호흡을 뜻하는 용어로 활용됐다.

올해 ‘MC 케미’로 큰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램은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과 ‘냉장고를 부탁해’, 케이블채널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 올리브 ‘오늘 뭐 먹지?’ 등이다. ‘썰전’에선 박지윤의 투입으로 김구라, 허지웅 등과의 호흡이 화제를 모았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김성주와 정형돈이라는 낯선 조합으로 성공을 맛봤다. ‘로맨스가 더 필요해’는 믿고 쓰는 전현무와 박지윤으로 재미와 안정감을 동시에 잡았다. ‘오늘 뭐 먹지?’는 JTBC ‘마녀사냥’에서 검증된 성시경과 신동엽의 케미를 이어왔다.

JTBC의 한 예능PD는 “예능의 구도가 많이 달라져 출연진은 많아지고 MC의 비중은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대본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양이 줄었을 뿐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사람이 아닌 여러 MC가 역할을 나눠야 하는 상황인데, 칼로 자른 듯 소화하는 느낌보단 서로 어울리는 가운데 시너지를 내야 한다”며 “MC 섭외 회의를 할 때 그 부분에서 가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라인업 구성하는 데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비정상회담’
△패널, 1인으로 떴다

올해 가장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램은 JTBC ‘비정상회담’이다. 이성과 감성을 오가는 성시경, 정신줄 놓고 웃는 전현무, 약자와 강자 사이의 유세윤 등 MC 조합을 넘은 ‘패널’이 인기였다. 국경 없는 청년들의 의회를 표방한 ‘비정상회담’의 출연진은 무려 11명. 예능계의 ‘엑소급’ 드림팀이었다.

많은 출연진이 등장하는 프로그램 특성 상 모든 이들이 주목 받긴 어렵다. 인기를 견인하는 ‘투톱’ 정도의 출연진을 필두로 웃음 담당, 비주얼 담당, 악역 담당 등이 정해져있다. 처음부터 콘셉트를 잡아 의도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러한 방향으로 굳혀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비정상회담’은 달랐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에네스 카야가 ‘속담 담당’으로 방송 초반 인기를 견인했다. 비교적 얼굴이 잘 알려졌던 샘 오취리가 중심을 잡았고 이탈리아 대표 알베르토, 벨기에 대표 줄리엔 등이 힘을 더했다. 중반을 넘어선 중국 대표 장위안, 독일 대표 다니엘, 프랑스 대표 로빈이 차례로 시청자의 눈에 들어왔다. 현재는 맨 끝자리에 앉아 ‘입지적 불리함’을 외치던 일본 대표 타쿠야까지 제 이름을 알렸다. 한 프로그램에서 10명이 넘는 출연진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모두가 ‘강렬한 1인’으로 존재감을 남겼다.

‘슈퍼맨’ 삼둥이.
이러한 패턴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아빠 어디가’, SBS ‘룸메이트’ 등 다수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적용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추사랑이 인기를 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언이와 서준, 하루, 대한-민국-만세로 시청자의 시선을 나눴다. ‘아빠 어디가’도 전체적으로 어느 한 가족에 치우치지 않는 에피소드를 통해 1가구 별 시청자의 관심이 고루 퍼지도록 힘썼다.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패널이 많을 경우 특정 부분에 시간적으로 더 투자하는 것은 회별 에피소드가 구성되는 특성 상 피하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이를 믿고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출연진이 있기 때문에 ‘롱런’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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