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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LG가 시끄럽다. 한창 마무리 훈련중이지만 연봉 문제가 불거지며 팀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문제의 시작은 구단이 내년 시즌 연봉부터 새로운 산출 방식에 따라 차등을 두면서 부터다. LG는 이전과는 다른 고과 산정을 통해 선수들의 몸값을 책정, 이번 협상부터 적용하고 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일반적 고과에 이긴 경기의 기여도를 더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윈 셰어’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지환 이병규 등 이제 막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의 몸값이 김광수 이동현 등 중고참급 선수들의 연봉을 추월하는 일이 생겼다.
구단 입장은 단호하다. 이미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 설명회를 가졌고 시즌 내내 새로운 상출방식을 적용, 연봉에서 손해볼 수 있음을 고지했다는 것이다. 또한 LG가 보다 투지넘치는 팀으로 변하기 위해선 새로운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금 삐걱댈 순 있지만 크게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구단의 생각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구단 판단이 옳다. 당장은 크고 작은 잡음이 생기겠지만 연봉 갈등에서 선수가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이 흐를 수록 결국 ‘슈퍼甲’인 구단의 안이 힘을 얻을 것이고, 계약 문제도 매듭지어질 것이다.
하지만 당장 큰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어떤 방식이건 LG가 보다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LG의 새로운 시도는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서열 파괴와 ‘Team LG'
LG는 1990년대의 팀이다. 90년대 LG는 ‘신바람 야구’의 대명사였다. 이전과는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강력한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했고, 그들의 힘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만들어냈다.
과연 이번 결정이 LG의 팀 워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아직 계산이 잘 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많이 고생한 선수가 오히려 연봉에서 홀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첫 시도부터 너무 극명하게 드러났다.
연 차 상관없이 잘한 선수를 더 대우해주겠다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단, 이번의 연봉 테이블은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희생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LG가 하나된 힘을 보여주는데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위력적인 개인의 힘으로만 이겨내기엔 아직 LG가 지닌 전력이 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팀 성적이 좋지 못했으니 개인 성적이 좋아도 손해를 봐야 한다’는 고전적 접근만 못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 올시즌, LG 선수들이 어떤 외풍 속에서도 최대한 하나가 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더욱 그렇다.
▲잘 지는 것도 중요하다
LG 새 연봉 체계는 이기는 경기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길 때 잘 하는 선수에게 큰 혜택이 돌아간다.
억울하면 이기라고? 말은 쉽지만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것이 야구다.
길 고 긴 페넌트레이스는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LG처럼 당장의 우승 보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우선 목표인 팀은 더 그렇다. 매 경기 총력전을 기울일 수 있는 전력이 아니라면 힘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시즌 성적을 좌우한다.
그렇다고 마냥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줘서도 안된다. 질 것이 분명한 경기서도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따라붙는 근성을 보여줘야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지금 연봉 체계에서 이제 지는 경기를 잘 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지는 경기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야구단 운영법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26 명 엔트리 중 15명 정도는 자기가 주전이라는 안정감과 책임감이 있다. 또 5명 정도는 자기가 후보란 걸 잘 안다. 문제는 그 사이의 5~6명이다.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 무기력해질 수도 있다. 그 틈을 잘 관리하는 것이 강팀의 조건이다.”
지는 경기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들이 바로 김 위원장이 주목한 5~6명의 선수들이다. LG는 그 폭이 좀 더 넓다고 봐야 한다. 과연 앞으로 그들에게 어떻게 파이팅을 주문할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