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매직히포' 현주엽(34·LG)이 정든 농구 코트를 떠난다.
현주엽의 소속팀 창원 LG는 24일 "팀의 간판으로 활약해 온 현주엽이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 현주엽은 은퇴 후 구단의 지원 아래 지도자 연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잠실야구장 LG스포츠 사무실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여는 현주엽은 지도자 연수를 위해 9월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큰 별이 지다
현주엽은 고교 시절부터 초특급 스타였다. 93년 겨울, 휘문고 3학년인 현주엽이 연세대가 아닌 고려대를 선택했다는 것이 스포츠신문 1면에 대서특필될 정도였다.
195㎝·100㎏의 탄탄한 체구에 탄력을 보유한 현주엽은 90년대 중후반 농구대잔치 전성기를 이끈 뒤 98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질인 무릎 부상 앞에 한국 농구사에 남을 파워 포워드도 어쩔 수 없었다.
상무 시절인 2002년에 왼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은 현주엽은 이후 거의 매시즌이 끝날 때마다 무릎에 칼을 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무릎 통증으로 고생했다. 수술대에 오르는 횟수가 늘어나고 세월이 흐를수록 현주엽의 기량도 점점 쇠퇴했다.
2007년 봄에도 왼 무릎 수술을 받았던 현주엽은 지난 5월 무릎 수술을 또 받아 11월 이후 합류를 목표로 재활 중이었지만 젊은 선수들로 시즌을 준비하려는 팀 분위기에 밀려 은퇴를 선택했다.
현주엽의 또 다른 별명은 '한국의 바클리'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 찰스 바클리와 체형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제 공통점이 하나 더 늘었다. '무관의 제왕'이라는 타이틀까지 현주엽은 바클리의 닮은꼴이 됐다. 84년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NBA에 입성한 바클리는 2000년 휴스턴에서 은퇴할 때까지 단 한번도 NBA 정상에 서지 못했다.
현주엽도 농구대잔치는 물론 9시즌을 뛴 프로에서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야오밍 등이 버틴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순간이 '농구선수' 현주엽에게 최고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