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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막을 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념해 기획된 헌정 필름의 주제였다. 세상 모든 신스틸러를 위한 헌정 프로젝트라고 소개됐다. 총 4편으로 제작된 영상에 배우 최우식과 조재윤, 장영남, 이엘이 각각의 주인공으로 나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최우식은 의자에 앉은 채 밧줄에 묶여 불안한 표정으로 몸부림을 쳤고 조재윤과 장영남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연기했다. 이엘은 화장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웃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짧은 영상에 앞뒤 내용도 없이 혼자 감정을 연기하는 배우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이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어렵지 않게 와 닿았다. 그 연기를 하고 있는 동안은 4명의 배우 모두 장면의 대표였고 주연이었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말은 흔히 ‘명품 배우’, ‘신스틸러’라는 수식어가 붙는 배우들에게서도 자주 듣는다. ‘천만요정’으로 불리는 오달수, 나문희도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했다. 과거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안철수 국회의원을 패러디한 ‘안쳤어’ 연기로 인기를 끈 배우 이상훈 역시 이 말을 가슴에 새긴 덕에 연기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극단 생활 초창기 연극 ‘춘향전’에서 포졸 역으로 출연했는데 마치 주인공 뒤에 늘어선 병풍 같아서 당시 극단 대표였던 최불암에게 “우리가 병풍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고 했다. 이상훈은 자신이 작은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연기는 물론 분장까지 배우며 노력을 했다. 이상훈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저잣거리에서 돈을 받고 책을 읽어주는 강독사 공씨 역으로 투입됐다가 극중 김홍도(박신양 분)의 그림 모사본을 팔아먹다 걸려 나중에는 김홍도의 스파이 역할까지 했다. 신윤복 역을 맡은 문근영이 “공씨 아저씨는 역할이 몇개냐”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작은 역할을 작지 않게 연기하자 작가가 역할을 키웠다. 이상훈은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제작진에게는 신뢰가 있는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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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도 배우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다. 작품과 자신이 맡은 역할을 홍보하는 창구다.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다. 자신의 역할 비중이 작아 작품에서 잘 드러나지 않을 경우 인터뷰는 오롯이 자신의 역할만 부각시킬 수 있는 수단도 된다. 역할이 작다 보니 시놉시스에 캐릭터 설명이 없어 직접 이런 저런 설정을 부여한 뒤 연기를 했다는 배우들도 그 동안 여럿 만났다.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니라 작품, 역할, 연기에 대한 애정이었다. 그런 애정은 연기에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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