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투의 빠른 적응, 예사롭지 않은 이유

  • 등록 2014-04-01 오전 9:44:25

    수정 2014-04-01 오전 9:44:25

칸투. 사진=두산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타자가 다시 등장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분위기는 많이 바뀌겠지만 성공하는 선수까지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개막 2연전서 각 팀 외국인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부정적 시각은 아직 변하지 않고 있다. “9명 중 성공률은 절반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후한 몸쪽 스트라이크 존 적응의 어려움과 변화구 대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두산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는 그 경계선에 서 있는 것으로 분류된 선수다. 전성기 만큼의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데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늘 그를 따라니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 역시 아직은 의문 부호쪽에 더 가깝다. 충분한 적응 기간이 뒷받침돼야 할 선수 중 빠지지 않고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칸투는 보다 여유 있게 한국 야구 적응에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시선과 상관 없이 내부의 든든한 신임을 얻고 있는 덕이다.

LG와 개막전서 때린 역전 스리런 홈런은 화룡점정이었다. ‘칸투를 믿을 수 있다’는 마음이 두산 전체에 확실하게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송재박 두산 수석 코치는 “범타를 유도하려는 유인구를 새카맣게 쳐냈다. 4번타자 다운 모습이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단순히 이 한 방 때문만은 아니다. 칸투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훈련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에서 이미 신뢰를 얻고 있었다, 타격 기술적인 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송 수석은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는 것은 맞다. 그 공까지 크게 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 했지만 “하지만 그 공에 중심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공을 따라다니며 어이없게 스윙하고 물러서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이미 동료들에게 신뢰를 심어줬다. 아니 한국 선수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오재원은 “지금까지 본 외국인 선수들 중 실패하는 경우 대부분이 조급해하고 위축되는 선수들이었다. 조금 안되면 자기가 먼저 무너졌다”며 “하지만 칸투는 달랐다. 크게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듯 보이지만 훈련할 땐 무섭게 집중한다. 또 조금 안 풀린다고 쉽게 기가 죽거나 다운되지 않는다. 자신이 해 온 것을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선수다. ‘역시 메이저리거’라는 감탄을 나오게 하는 선수”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이제 고작 두 경기를 했을 뿐이다. 칸투 역시 언제든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고비 한 두번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를 믿고 있는 사람들이 그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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