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③]예능에서 '침묵리우스'가 뜨는 이유는?

▲ 예능계 '침묵리우스' 이하늘, 우승민, 정형돈(사진 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예능계에 ‘침묵리우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달변보다 침묵(?)하는 예능 늦둥이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DJ DOC의 이하늘과 리쌍의 길이다.

이하늘과 길 모두 가수 때는 독설로 무장된 파이터였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선 한없이 침묵하는 존재들로 통한다. 대신 슈퍼맨 복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의상과 다른 사람과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로 웃음을 전한다. 조용히 있다가 가끔 던지는 멘트가 어색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즐거움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고정출연 중인 ‘올라이즈 밴드’의 우승민도 마찬가지다. 강호동과 유세윤이 속사포 같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지만 그는 매번 침묵으로 일관하다 강호동이 시키면 마지못해 한마디 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그의 한두 마디 추임새는 유세윤 못지않은 파괴력을 가진다.

정형돈도 마찬가지다. 정형돈은 사실 말을 잘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부적응을 긍정적 요소로 만들어 급부상한 캐릭터다. 말을 해도 웃음코드가 나오지 않자 그는 웃기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을 개그의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한때 MBC ‘무한도전’에서 ‘안 웃기는 개그맨’이라는 굴욕(?)의 타이틀을 얻기도 했을 정도다. 그러자 정형돈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웃기기보다 구박을 당하는 가운데 웃음을 안기는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갔다.

침묵하는 예능인이 주목을 받는 것은 최근 달라진 예능프로그램의 변화와 연예인들의 자구노력 때문이다. 솔직히 예능프로그램에서 말 잘하는 예능인은 넘쳐난다. 강호동 유재석 신정환 김구라 김국진 등 특급스타부터 이름 없는 개그맨에 이르기까지 말발 센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에 달변가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황금분할이 이뤄질려면 오히려 달변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추임새를 해줄 스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침묵하는 예능인이 각광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또 침묵하는 스타들의 경우 말을 적게 하다 보니 비록 단 한두 마디의 짧은 말이라도 설득력을 갖는 장점이 있다. 사실 변신을 꿈꾸는 가수나 배우들에게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프로그램에서 말을 잘 하면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독약과도 같기 때문이다. 웃음의 포인트를 주는 타이밍이 생명인 예능프로그램에서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분위기에 역행하기 일쑤다. 실제 어설프게 예능프로그램에 진출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본 스타들도 적지 않다.

한 예능인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든 이들이 말 잘하는 멤버로 이뤄져 있다면 그 프로그램은 지루하고 생명력이 떨어질 것이다”면서 “최근 급부상하는 예능계 침묵리우스는 많은 이야기보다 필요한 이야기를 적절히 하는 인물들이라고 평가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OBS경인TV '독특한 연예뉴스', '윤피디의 더 인터뷰'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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