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 민국씨' 최성국, "바보 연기 행복한데 왜들 몰라주나"

  • 등록 2008-02-15 오후 3:27:00

    수정 2008-02-15 오후 4:40:23

▲ 최성국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이런 배역에 선택받은 것만으로도 연기자에게는 행복이죠.”

14일 개봉한 영화 ‘대한이 민국씨’(감독 최진원, 제작 퍼니필름)에서 일반인보다 지능이 모자라는 대한이 역을 맡은 최성국의 설명이다.

그동안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보 캐릭터는 영구, 맹구 등 코믹 캐릭터다. 숱한 애드리브와 오버액션으로 코믹연기에서 입지를 다진 최성국이 굳이 그런 캐릭터에 새로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러나 최성국은 “대한이와 민국(공형진 분)이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라며 “‘말아톤’의 조승우, ‘오아시스’의 문소리, ‘허브’의 강혜정처럼 저도 연기력을 인정받아 캐스팅된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조승우, 문소리, 강혜정이 보여줬던 것이 코믹연기는 아니었다. 최성국도 ‘대한이 민국씨’에서 그동안 해왔던 코믹연기를 되풀이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 영화 '대한이 민국씨'의 박형사 윤제문과 대한이 최성국, 민국이 공형진(왼쪽부터)

◇ 바보연기 위해 오버액션 습관도 버렸다

버리기 어려운 것이 습관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작은 습관도 고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몸에 밴 패턴의 연기가 습관처럼 나온다.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할 때 애를 먹는 이유다.

최성국에게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연기가 일상화돼 있다. 큰 웃음 아니면 큰 울음을 주는 연기가 팬들에게나 최성국 자신에게나 익숙하다. 반면 ‘대한이 민국씨’에서 대한이는 잔잔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이를 위해 최성국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했다.

하지만 최성국은 “대한이 연기를 하며 힘든 건 하나도 없었어요”라고 했다. 자신이 해왔던 연기를 생각하면 주인공으로서 좀 ‘밍숭맹숭’한 건 아닌가 걱정은 됐지만 크게 웃기지 못하면 안된다는 부담은 없어 오히려 연기는 편했다는 것이다.

물론 평소처럼 ‘오버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지만 리허설 때만 스태프나 다른 연기자들에게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엄청 웃겨”라고 선보인 뒤 한바탕 웃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잠재웠다.
 
▲ 최성국



◇ 진정성 있는 영화...2진 취급 풍토 아쉬워

‘대한이 민국씨’ 개봉에 맞춰 최성국이 갖게 된 걱정은 연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것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확실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영화들에 비해 ‘대한이 민국씨’의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내 극장가의 풍토 때문이다.

“‘색즉시공2’는 개봉 2개월여 전부터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올랐고 ‘김관장 김관장 김관장’ 때는 서울 홍익대 인근에 포스터가 줄지어 붙어 홍보가 쉬웠어요. 그런데 진짜 신경써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한 ‘대한이 민국씨’ 같은 영화는 2진 취급을 받고 있으니 그런 현실이 너무 싫죠.”

최성국은 ‘대한이 민국씨’가 사람들이 꼭 봐줬으면 하는 영화라고 했다. 단순히 자신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은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흔히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두 바보 대한이와 민국이를 통해 되새기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최성국은 “요즘 실업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남 밑에서 일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정해진 노선을 따라가야 하는 버스 운전도 싫고 맘대로 갈 수 있는 택시 운전만 선호하는 식이죠”라며 “세차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대한이 민국씨’가 주는 메시지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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