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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위즈 베테랑 왼손타자 오재일(38)은 애써 태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애써 외부 소식을 듣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의식이 됐다는 뜻이다.
2020년 12월 삼성라이온즈와 4년 총액 5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던 오재일은 지난달 28일 KT 박병호와 맞트레이드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KT에서 입지가 좁아진 박병호 입장에선 반가운 만한 결과였다. 박병호는 트레이드에 앞서 먼저 KT 구단에 방출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오재일 입장에선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트레이드였다. 제대로 이사 준비도 못하고 혼자 대구에서 수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삼성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트레이드 여파는 만만치 않았다.
트레이드 이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박병호에게 쏠렸다. KT에서 44경기에 나와 홈런 3개에 그쳤던 박병호는 삼성에 오자마자 연일 홈런을 몰아쳤다. 트레이드 이후 18경기에서 홈런 5개를 몰아쳤다. 반면 오재일은 삼성에서 KT로 온 뒤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홈런 2개를 쳤지만 오재일의 이름값에 한참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다행히 오재일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난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KT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모처럼 오재일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오재일은 심리적인 부분이 그동안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동안 생각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생활 환경이 바뀌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면서 “점점 타격감도 좋아지고 적응도 이제 마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오재일은 점점 여유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트레이드 직후 늘 굳어있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그는 “트레이드 상대가 잘하면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TV나 휴대폰으로 다른 경기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며 “지금보다 야구를 더 잘하게 되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고 말했다.
오는 28일부터 전 소속팀 삼성과 수원에서 3연전 맞대결을 벌이는 오재일은 “1차전은 기분이 이상할 것 같지만 이후에는 똑같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타석에 들어서면 강민호 선배가 계속 말을 걸 것 같아 걱정이지만 그것만 아니면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