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학교’, 긴장감 제로 순위발표…정체성·재미 어디로

  • 등록 2017-08-04 오전 10:12:09

    수정 2017-08-04 오전 10:19:18

사진=‘아이돌학교’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애매한 정체성이다. 당초 목표는 리얼리티와 서바이벌 사이에서 줄타기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프로그램이 됐다. 케이블채널 Mnet ‘아이돌학교’다.

3일 오후 방송한 ‘아이돌학교’ 4회에선 첫 순위발표식이 진행됐다. 출연자들은 1차 데뷔 능력 고사로 러블리즈의 ‘아츄(Ah-Choo)’, 트와이스의 ‘치얼업(Cheer up)’ 그리고 레드벨벳의 ‘루키(Rookie)’ 무대를 소화했다. 그 결과 1등 백지헌을 비롯해 이해인, 이서연, 송하영, 이채영, 박지원, 유지나, 이나경, 이새롬 순으로 데뷔 순위에 포함됐다. 33등 스노우 베이비부터 40등 조세림까지 총 8명이 ‘퇴학’ 당했다.

싱거운 순위발표였다. 생방송 중계가 무색했다. ‘프로듀스101’ 마지막 순위발표가 지나치게 시간끌기였단 비난을 받았다면 ‘아이돌학교’는 출석 체크를 연상시키는 무미건조한 ‘스피드 진행’이었다. 순위발표식의 묘미는 출연자들의 생생한 반응이다. 호명과 함께 터지는 눈물, 함박웃음 등이 재미 포인트다. 이번 순위발표에선 호명된 인물이 아닌 다른 이가 화면에 잡히거나, 전체샷이 등장해 몰입을 떨어뜨렸다.

이후 구성도 아쉬웠다. 교장 역을 맡은 원로 배우 이순재가 등장해 노력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멘트로 학생들을 위로했다. 촬영장은 이미 울음바다가 된 상태였다. 혼란스러운 상황, 웅장한 배경음악 탓에 이순재의 멘트는 설 자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은 퇴학’이란 설정 때문에 설득력 없는 이야기였다.

‘아이돌학교’의 시작은 야심찼다. 기획 의도는 특정 소속사 연습생이 아니더라도 아이돌 데뷔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학교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기에 ‘아이돌학교’의 방송·제작 기간은 짧다. 2개월 후 데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출연자는 얼마 없다. 아쉬운 무대 완성도도 ‘아이돌학교’에 시청자들이 흥미를 잃어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복을 입고,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교사가 있다고 해서 학교가 아니다.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도록 독려하고, 부족한 학생은 배제하지 않고 또 다른 장점을 찾도록 이끄는 곳이 학교다. 탈락자를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이란 장치가 있지만, 학교의 본질을 방송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유사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과 차별화에 집중한 나머지 재미까지 잃어버린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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