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쉬움 속에 마친 첫 챔스...더 큰 성공 위한 큰 경험

  • 등록 2014-03-13 오전 9:52:05

    수정 2014-03-13 오전 9:55:14

파리 생제르망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실망스런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손흥민.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손세이셔널’ 손흥민(22·레버쿠젠)이 생애 처음으로 나선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아쉬움 속에 마감했다.

손흥민은 1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망(프랑스)과의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약 23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미 레버쿠젠은 1차전에서 0-4로 크게 져 8강 진출이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 그 때문에 사미 히피아 레버쿠젠 감독은 손흥민, 슈테판 키슬링 등 주전 공격수들을 벤치에 앉히는 등 무리하기보다는 체력 안배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몇 차례 돌파를 시도했지만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결국 레버쿠젠은 파리 생제르망에게 1-2로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로써 손흥민의 첫 유럽 무대 첫 도전도 막을 내렸다.

손흥민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 2차전을 제외한 조별리그 6경기와 16강 1차전에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하지만 교체 출전 포함, 총 8경기에서 기다렸던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은 터뜨리지 못했다. 도움만 2개를 기록했을 뿐이다.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21경기에 나와 8골을 터뜨린 것과 비교하면 전혀 딴판의 성적이다.

이번 챔피언스리그는 손흥민이 과연 독일을 넘어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는 톱클래스 공격수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시험할 좋은 기회였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여러 러브콜을 뿌리친 채 레버쿠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챔피언스리그 출전 때문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만 가면 작아졌다. 유럽 강팀들의 압박에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쉬운 찬스를 놓치는 모습도 자주 나타났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오가는 계속된 강행군에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백업 자원이 마땅치 않은 팀 사정상 계속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부진은 손흥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레버쿠젠은 챔피언스리그 경기 내내 실망스런 경기력을 드러냈다. 비교적 쉬운 조 편성을 받으면서 조별리그는 간신히 통과했지만 파리 생제르망과 만난 16강전에서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다.

그렇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비록 호된 신고식을 맛보기는 했지만 손흥민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쌓았다. 유럽의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았다. 자국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함께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PSV에인트호번, 토트넘 등 명문 클럽에서 활약했던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은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손흥민에 대해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뛰면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라며 “본인이 뭔가 배우려 하지 않아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2~3년 후에는 몰라보게 성장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지성이 이영표가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도 챔피언스리그 단골손님으로 나서고 크고 작은 경험을 쌓을 것이다. 그런 과정이 차곡차곡 겹쳐져 단단한 기반을 이루게 되면 그 역시 유럽 무대의 주역으로 당당히 등장할 날도 머지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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