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별’에 출연하는 이순재(왼쪽 위 시계방향), 노주현, 여진구, 하연수, 고경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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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난 ‘설국열차’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김병욱 PD가 ‘센 웃음’을 예고했다.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처럼 사회적인 메시지를 넣은 무거운 주제의식도 덜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처럼 파격적인 새드 엔딩으로 왈가왈부할 일도 방지했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본 관객들처럼 자신의 작품에서 메시지를 찾으려하고 열린 결말에 대해 공방을 벌일 일은 없을 거란 의미다. ‘시트콤 답게’ 재미있고 웃기게 만들자는 게 케이블채널 tvN ‘감자별 2013 QR3’에 임한 김병욱 PD의 각오다.
최근 취재진과 만난 김병욱 PD는 새 작품, 무엇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지랄’이라는 욕도 할 수 없고 ‘김병욱 사단’이 고집하는 ‘생리 현상 개그’도 속시원히 풀어내지 못한 지상파 방송에서 “뭐, 다 하셔도 되는데요”라고 반응하는 케이블TV로 넘어왔으니 김병욱 PD는 ‘날개’를 단 셈이었다.
| 김병욱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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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PD는 “‘순풍 산부인과’ 때부터 대본이 우린 늘 거칠었다”면서 “MBC에 왔을 때도 청소년 시간대에 방송돼서 늘 ‘심의와의 싸움’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랄’이란 말도 못 쓰고 약간 더러운 이야기도 못 쓰고, 사실은 심의 위원회랑 많이 부딪혔다”면서 “케이블은 그런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더 거친 어휘를 썼는데도 제재가 없고, “이거 나가도 되나요”라는 질문엔 “네”라는 대답이 나오는 게 좋았다는 뜻이다. 그 덕에 김병욱 PD는 자신이 유독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는 ‘화장실 개그’도 첫 회에만 수 차례의 신에 걸쳐 등장시켰다. 일종의 “지상파 탈피 기념”이라고 봐도 좋다는 농담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었다.
콘텐츠가 콘텐츠 자체로 더욱 솔직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역시 김병욱 PD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지붕 뚫고 하이킥’의 20%를 웃돈 시청률과 비교돼 10% 남짓한 성적으로 ‘실패작’이란 오명도 썼다. 김병욱 PD는 “지상파는 15%가 못되면 실패했다고, 콘텐츠의 질에 관계 없이 평가 받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게 좀 덜한 부분이 케이블TV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혈 시청자’가 봐주는 맛이 좋고, 그 사람들에게 만큼은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 일이지 않을까”라는 것.
| ‘감자별’ 스틸컷. 서예지(왼쪽)와 줄리엔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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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환경 역시 안정적이다. 8개월 여의 촬영 기간 동안 실내 세트를 부수고 짓고 반복할 일이 없다. 고정 세트가 하나의 집처럼, 방처럼, 동네처럼 온전체로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김병욱 PD는 “전작들에서는 간장통 하나 제대로 자리를 지킬 수가 없었다”며 “세트를 부수고 또 지어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날 찍으려면 순서도 바뀌어있고 미묘한 차이도 있었다”면서 “이제는 ‘집’ 같은 느낌으로 찍을 수 있으니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감자졀 2013 QR3’은 어느 날 감자처럼 생긴 소행성 때문에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지구인들의 좌충우돌 인생기를 담은 작품이다. 배우 이순재와 노주현, 금보라 등 과거 김병욱 PD의 걸작에서 호흡을 맞춘 베테랑이 총출동한다. 배우 여진구와 고경표, 하연수와 서예지 등 ‘신예 4인방’의 출연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9월 23일 오후 9시 15분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