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집중력이다. 롯데와 경기할 때 SK는 필요한 점수는 뽑아내는 효율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혹 선취점을 빼앗기더라도 언제든 추격 및 역전이 가능하다는 여유로운 흐름이 있었다. 맹타를 휘두른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는 늘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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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현 SBSESPN 해설위원은 “오승환”을 언급했다. 오승환은 1차전에만 등장했다. 2차전서는 등판도 하지 않은 오승환이 왜 SK 타자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것일까.
안 위원은 “1차전서 오승환의 구위를 겪어 본 SK 타자들이 그가 등판하기 전에 어떻게든 승부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오승환의 공이 위력적이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마치 지우개로 이닝을 지우 듯 마지막 3개에서 4개의 아웃 카운트를 없애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SK 타자들에게 한국시리즈서 공격할 수 있는 이닝은 9회가 아니라 7회 정도인 셈이다. 오승환 앞에 등장하는 투수들의 수준 또한 높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타격감이 떨어진 상황. 뭔가 돌파구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가뜩이나 힘든 SK 타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과 직접 행동에 옮기는 것은 다른 일이다. 마음으로 수백번 ’극복해 내야 한다‘고 다짐해도 이닝이 진행될 수록, 그래서 오승환이 등장하는 시간이 가까워질 수록 SK 타자들의 마음은 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차원이 다른 공을 던지고 있다는 의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수비 코치 때 투수들에게 송구 훈련을 강조해서 시키곤 했다. 그때 오승환의 공을 보면 60~70% 정도의 힘만으로 던지는 송구임에도 회전이 다른 투수들과 전혀 달랐다. 매번 ’아, 이래서 오승환이구나‘하며 놀라곤 했다. 송구만으로도 위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등판하지 않아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묵직한 위력.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오승환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