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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른나라를 여행한다는건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난 겁이 없는 편이지만 언어에 자유롭지 못해 금세 움츠러 들었다. 하지만 서른이 되던해부터 시작한 ‘홀로 여행’. 하면 할수록 난 그 매력에 빠졌다.
“왜 혼자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럼 난 “가봐 얼마나 좋은데”라고 답한다.
홀로 여행을 떠나면 낯선 도시 한복판에 설 때면 ‘지금 내 두발이 딛고 있는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 앞 계단에 앉아 그런 상상을 한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거리들. 이들이 마치 나를 위한 엑스트라나 촬영셋트라고 상상하다보면 스스로 어떤 존재감이 생겨 행복해질 때가 있다.
상상은 자기 만족이다. 그 누구를 설득시킬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난 어쩌다 찾아오는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 번 여행을 떠나면 자유를 만끽한다.
뉴욕행은 두 번째였다. 8년 만의 방문이다. 처음 뉴욕을 방문하고 나서는 할리우드 영화를 볼때나 음악을 들을때마다 뉴욕 이곳저곳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뉴욕은 언제나 혼자 여행하고 싶은 욕심을 불러내기에 충분한 도시다.
먼저 브로드웨이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엄청난 수의 극장에서는 매일밤 뮤지컬이 공연된다.
난 안 본 게 없을 정도로 뮤지컬을 사랑한다. 하지만 뉴욕에서 새로운 보석을 찾고 싶었다. 시간이나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일찌감치 TKTS(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 판매소·기존 가격의 50%까지 싸게 판다.)에 줄을 섰다. 수요일과 토요일 낮 공연이 있어서 이틀은 무조건 공연관람으로 일정을 정했다.
공연은 오후 11시가 다돼야 끝난다. 늦은 시간이다. 수많은 인파속에 뭐가 무섭냐고 할 수 있지만 지하철로 이동한다면 여자 혼자는 추천하고 싶지않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잡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이번에 본 공연은 ‘원스(once)’가 제일 좋았다. 영화가 마음에 들기도 했었지만 뮤지컬도 좋았다. 몇년씩 이어지는 유명한 공연들이 즐비했지만 시작한지 얼마되니않아 신선했다. 오케스트라가 없다는 게 다른 공연과 달랐다. 무대위 배우들이 각자 하나씩 악기를 들고 연주와 노래 연기를 동시에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들고 간 책 한권이 사랑스러웠다. 연기할때 ‘이런 감성 까지 다 꺼내보리라’는 다짐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들 얼굴이 아른거려 훅 털고 일어났던 기억이난다.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명을 지은 걸 보면 뉴욕도 이곳을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루즈벨트 아일랜드는 주로 중산층이 산다. 시 설좋은 실버타운이 들어서있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섬에 소리 없는 여유가 느껴지기도했다. 난 그냥 걸어다녔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 12번가(st) 5대로(avenue). 뉴욕을 또 간다면 다시 찾고 싶은 보석 같은 곳이 이 곳이다. 뉴욕 맨하튼에는 많은 공원이 있다. 빌딩으로 가득찬 도심속에 사람을 배려한 이런 공간을 옛날부터 생각해냈다는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난 지친발을 위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공원에 앉아 호사를 누렸다. “어! 여기 영화에서 본 덴데!” 영화 ‘어거스트러시’에서 주인공이 통키타를 멋드러지게 연주했던 장소도 나왔다.
공원 속 ‘쉐이크 색(shake shack, 일명 ’쉑쉑버거‘)’버거집 버거 맛도 봤다. 뉴욕관련 블로그를 돌다가 발견한 맛집이다. 막상 가보니 줄이 정말 길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돌아섰다. 하지만 현지에 있는 지인이 귀띔해 준대로 비오는날 다시 찾아가 버거를 맛 봤다. 환상적이진 않았지만 뭔지 모를 깊은맛이 느껴졌다. 유명한 원인이 궁금하다면 비오는날을 공략해 맛을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23번가 5대로 메디슨 스퀘어 공원 안에 있다.
뿐 만이 아니다. 뉴욕에는 모마, 브룩클린벼룩시장, 소호, 첼시마켓, 매디슨 에비뉴 숍들까지 많은 보석 같은 곳들이 숨어 있다. 거기에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거기 있기에 모든게 소중해지는 보석찾기 여행. 나는 오늘도 뉴옥행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