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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한국축구가 마침내 '유럽의 벽'을 뛰어넘으며 또 한 번 진화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멈출 줄 모르는 '산소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있었다.
한국축구대표팀(감독 허정무)은 그리스와의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단 한 경기의 승리고 이를 통해 승점3점을 따낸 것은 여느 경기와 다를 바 없지만, 그리스전 승리가 갖는 의미는 그 어떤 경기와 비교해도 적지 않다. '승리의 일등공신' 박지성의 얼굴에 다시 한 번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 한국축구, 새 역사를 열다
한국축구사에 그리스전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우선 한국축구가 유럽 수준까지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가 되고 있다.
그리스를 맞아 한국은 시종 일관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과 후반에 한 골씩 득점포를 가동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압도했다. 비록 그리스가 유럽 지역예선 통과팀 중 하위권에 속하는 팀이라고는 하나 '축구 변방'으로 불리는 아시아국가가 유럽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아울러 한국은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 이어 3대회 연속 본선 첫 경기서 승리를 거두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갔다.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지난 2002년 폴란드를 맞아 2-0으로 승리했고, 딕 아드보카트 체제로 전환한 2006년에는 토고에게 2-1로 이겼다. 그리고 4년 뒤 허정무 감독은 한국축구 역사를 통틀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승리를 거둔 최초의 한국인 지도자로 이름을 아로새겼다.
◇박지성 '명불허전' 입증
모든 선수들이 그리스를 맞아 기대한 만큼의 활약을 선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경기 MVP로 선정된 '주장 겸 전술 구심점' 박지성은 군계일학이었다.
주장으로서 동료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독이는 한편, 먼저 상대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부딪치며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박지성이 기록한 득점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7분 상대 수비진의 실책을 틈타 볼을 빼앗아낸 뒤 침착하고 정확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위협적인 역습을 시도하며 만회골을 의지를 보이던 그리스는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한 이후 자중지란에 빠졌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2실점에 그친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라 언급했으니 '진정한 완승'이었던 셈이다.
박지성을 앞세운 한국축구는 매 대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어쩌면 박지성의 경기를 현장에서 또는 TV로 지켜보는 현재의 축구팬들은 한국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불세출 영웅'의 플레이를 직접 관전한 행운아들로 후대의 부러움을 받게 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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