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경기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동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시상식에서부터 굳은 표정을 지었던 북한의 방철미가 임애지의 한마디에 미소를 지었다.
| 대한민국 복싱 대표팀 임애지 선수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시상식에서 선수들과 빅토리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튀르키예 해티스 아크바스(은메달), 중국 장위안(금메달), 북한 방철미(동메달), 임애지. 2024.8.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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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화순군청)와 방철미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복싱 여자 54㎏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단상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환한 얼굴이었던 임애지와는 달리 방철미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등장했다. 메달 수여가 끝나고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방철미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북한 방철미 선수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시상식에서 임애지를 바라보고 있다. 2024.8.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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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상반된 모습은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동메달 소감에 대해 임애지는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다. 관중 함성을 들으며 더 힘을 얻었다. 올림픽같이 축제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방철미는 “1등을 하자고 생각하고 왔지만, 3등밖에 쟁취하지 못했다. 올림픽은 여느 경기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남북 선수가 올림픽 동메달을 딴 소감’을 물었을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임애지는 “지금은 (남북이) 나뉘었지만, 같이 힘을 내 메달을 따서 좋았다. 다음에는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반면 방철미는 “선수로 같은 순위에 선 것에 다른 것은 없다.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했다.
‘집에 메달을 가져가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걸어주고 싶나’라는 질문에 임애지는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움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 만나는 사람 다 한 번씩 걸어줄 것 같다”고 답했으며 방철미는 “동메달이 내가 바라던 그런 것(금메달)이 아니니까 별로 소감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 대한민국 복싱 대표팀 임애지 선수와 북한 방철미 선수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시상식을 마친 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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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본 기자가 ‘준결승 끝나고 임애지 선수가 시상식에서 방철미 선수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고 묻자 임애지는 한참을 답하지 못하고 “비밀로 하겠다”고 말했다.
답변이 끝나자 방철미는 임애지와 눈이 마주쳤고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두 사람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부터 친분을 쌓아 선수촌이나 훈련장 등지에서 만나면 안부를 묻고 격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임애지가 낸 성적은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로 기록됐다.
값진 동메달을 거머쥔 임애지는 런던 대회에서 한순철이 은메달을 따낸 이후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