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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주종목이라고 말한다. 데뷔 17년차다. 수년의 배우 생활에서 그의 역작을 꼽으라면 망설여지는데 ‘이규한이 출연하는 예능은?’이라고 물으면 줄줄이 답이 떠오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고 성숙할 대로 성숙해진 그는 지금의 현실에 크게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주어진 상황을 감사하게,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로 ‘예능 대세’로 살고 있는 지금 그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인맥이다. 처음 맞는 현장이 어색하고, 낯을 제법 가리는 성격이었던 이규한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이규한에게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해준 계기는 서장훈이었다. 그 역시 스포츠 스타에서 예능 대세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든 섭외하고 싶은 1순위 게스트로 꼽힌다. 이규한 역시 그러한 서장훈을 프로그램에서, 방송국에서 여러 번 마주쳤다.
이규한은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MBC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 등 인기 높은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손님이 됐다. 현재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족구편’과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 시즌2’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게스트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지 않은 프로그램을 꼽는 일이 더 쉬울 정도다.
이규한은 ‘라디오스타’에 출연 당시 편안한 마음으로 녹화에 임했다. 그때 탈모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놨고, 여자친구의 존재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밝혔다. 4차원 같은 통통 튀는 매력 안에 꾸밈 없는 진솔한 모습이 묻어났다. 대중은 이규한에게 반응을 보였다. 제작진의 개입, 작가의 캐릭터 설정 등 작위적인 느낌 없이 현실을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게 요즘 예능프로그램의 추세다. 이규한은 이러한 그림에 꼭 맞는 퍼즐이 돼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녹아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