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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타 차 선두로 나선 마지막 날 경기에서 중반 한때 선두에서 내려와 우승을 내줄 뻔했던 김세영(26)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에 성공해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뒤 기어코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힘들었던 하루를 돌아본 김세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 통산 8승을 노리는 김세영(27)과 ‘루키’ 이정은(23) 그리고 브론테 로(잉글랜드)가 합계 7언더파 281타로 동타를 이루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1차 연장. 홀까지 199야드를 남긴 김세영이 4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캐디와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대화를 나눈 뒤 다시 야디지북을 보면서 핀의 위치를 확인했다. 힘차게 스윙해 클럽 헤드를 맞고 날아간 공은 그린 바로 앞에서 멈췄다. 로는 3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버디를 놓쳤다. 이정은 역시 이글에 이어 버디 퍼트가 홀을 벗어났다. 기회는 김세영에게 찾아왔다. 이글 퍼트를 놓쳤지만, 약 60c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집어넣으면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버디에 성공한 김세영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지난해 7월 손베리 크리크 LPGA 클래식에서 7승째를 거둔 뒤 10개월 만에 통산 8승째를 거뒀다. 이날 우승으로 김세영은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 최나연(9승)에 이어 한국선수 LPGA 투어 최다승 5위에 자리했다.
김세영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연장에선 이기자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그런 것이 연장에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고 연장전에서 유독 강한 이유를 설명했다.
데뷔 이후 해마다 1승 이상씩을 기록해온 우승 행진도 계속했다. 2015년 3승, 2016년 2승에 이어 2017년과 2018년에도 1승씩을 추가했다. 이날 우승으로 8승째를 달성한 김세영은 2승만 추가하면 한국선수로 LPGA 투어에서 10승 이상을 기록한 4번째 선수가 된다.
이번 시즌 불안했던 모습도 완전히 씻어냈다. 김세영은 이번 시즌 허리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기권했고,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컷 탈락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점차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다. 4월 26일 끝난 휴젤 에어 프레미아 LA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부진을 씻어내더니 일주일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이정은은 이날 5타를 줄이면서 역전 우승을 노렸으나 브론테 로와 함께 공동 2위에 만족했다. 이정은은 데뷔 후 7개 대회에서 모두 톱20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이날 준우승은 개인 최고 성적이다. 양희영(30)과 지은희(33)은 합계 5언더파 283타를 쳐 공동 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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