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5'와 '히든싱어2'의 묘한 공생..희비는 엇갈린다

  • 등록 2013-11-03 오후 12:03:18

    수정 2013-11-03 오후 12:03:18

‘히든싱어2’(왼쪽)와 ‘슈퍼스타K5’.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슈퍼스타K’의 경쟁자는 ‘히든싱어’였다?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5’(이하 ‘슈스케5’)의 시들해진 인기가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2’의 저력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들려 흥미롭다. ‘슈스케5’는 금요일 오후 11시, ‘히든싱어2’는 토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편성도 다른 두 프로그램은 왜 경쟁의 관계로 비춰지게 됐을까. 더군다나 ‘슈스케5’는 가수를 뽑는 오디션이고, ‘히든싱어2’는 가수와 대결을 펼치는 음악 방송이다. 성격도 목적도 다른 두 프로그램은 왜 같은 부류의 예능으로 보이게 됐을까.

‘히든싱어2’에 출연한 조성모와 모창능력자들(왼쪽). ‘슈퍼스타K5’의 ‘톱4’인 김민지(왼쪽 위 시계방향), 송희진, 박재정, 박시환.
◇모창 vs 가창

말한대로 두 프로그램의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 ‘히든싱어2’는 모창을 들려주고 ‘슈스케5’는 가창을 들려준다. ‘히든싱어2’에선 자기 색을 찾으면 탈락하고, ‘슈스케5’에선 희소가치가 승리한다. 두 프로그램은 노래라는 공통 분모를 업고 각기 다른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슈스케5’와 ‘히든싱어2’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건 이렇듯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창과 모창 중 후자의 매력 포인트가 대중의 귀를 더 잡아 끌고 있다. 이유로 분석되는 가장 설득력있는 논리는 가창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지만 모창은 누가 봐도 감동할 만한 절대적인 포인트가 있다는 것.

김범수, 임창정, 신승훈, 조성모 등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가수의 목소리를 얼마나 잘 흉내내는지 지켜보는 일이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낯선 일반인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보다 흥미롭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가수와 비슷한 목소리에 놀라고, 가수만큼 잘하는 노래 실력이 두 번 놀라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동과 희열이 크다는 게 ‘히든싱어2’가 ‘슈스케5’보다 높은 매력 지수를 얻는 대목이다.

반면 가창의 매력 지수는 반감되고 있다. 피로함 때문이다. ‘슈스케’ 자체도 다섯 번째 시즌이고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론칭되면서 오디션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많이 낮아졌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이데일리 스타in에 “같은 아마추어들의 대결이라도 ‘저 사람 노래 정말 잘한다’를 평가하는 기준이 ‘히든싱어’는 절대적이다”며 “대중이 처음보는 사람들이 노래를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 친근한 가수들의 것이기 때문에 훨씬 듣고 보기 흥미로운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라는 ‘히든싱어’의 모토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슈퍼스타K5’의 김성주(왼쪽)와 ‘히든싱어2’의 전현무.
◇전현무 vs 김성주

긴장감을 활용하는 포인트도 ‘히든싱어’가 앞선다는 분위기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예능프로그램이란 큰 틀에 속해 있다. 보다 ‘예능스러운’ 건 ‘히든싱어2’지만 라운드 별로 결과를 발표하는 데 긴장감이 감돈다.

사실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을 높이는 능력은 ‘슈스케’만의 전매특허였다. 자잘한 편집은 제작진의 ‘한 땀 한 땀’으로 완성돼 보는 재미를 높였고 MC 김성주의 생방송 진행은 그야 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 관전포인트였다. 누구도 당장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는 김성주의 멘트는 언제 들어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치게 한 순간이었다.

이번 시즌에서는 그러한 긴장감이 사라졌다. ‘60초’라는 고정 멘트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합격과 탈락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얼굴에서도 “잠시 후에 발표하겠다”는 말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즌에서 새로운 PD가 연출을 맡아 기존 시리즈와는 달리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강조하긴 했지만 ‘슈스케’ 만의 묘미가 떨어졌다는 데 아쉬움을 지울 순 없는 모양새다.

반면 전현무는 예능의 포인트를 살려 긴장감까지 늦추지 않는 신선한 멘트로 매 라운드마다 재미를 높인다. 특히 지난 김범수 편 방송에서는 “김범수 씨는 긴장할 때 누가 가장 생각이 납니까”라고 물었고, 이내 “저는 광고주가 생각납니다!”라고 외쳤다. 이어진 중간광고 화면이 끝나고 “광고주 분들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전현무의 모습에 패널인 현미를 비롯해 관객들은 “전현무 잘한다”를 외치며 무릎을 쳤다. “60초 후에 공개합니다”나, “제 점수는요”라는 멘트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히든싱어’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데서 ‘슈스케5’와 ‘히든싱어2’의 경쟁관계도 성립되는 셈이다.

위쪽 사진은 ‘히든싱어2’의 신승훈 편에서 프로그램 최초로 일반인 참가자 우승을 거머쥔 장진호와 오른쪽 작은 사진 2컷은 조홍경 보컬마스터와 참가자들의 모습. 아래 작은 사진 3컷은 ‘슈퍼스타K 5’ 톱3인 송희진, 박재정, 박시환.
◇일반인 vs 일반인

참가자들의 실력 또한 ‘히든싱어2’의 주인공들이 주목 받고 있다. ‘히든싱어2’의 참가자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가창력을 뽐낸다. 신승훈, 김범수, 조성모, 임창정,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하는 것이니, 실력은 이미 검증된 이들이라는 것. 특히 이번 시즌에 들어서는 최초로 일반인 참가자가 ‘원조’를 꺾고 우승한 사례가 두 번이나 있어, ‘히든싱어2’에 숨겨진 고수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방송에서 패널인 주영훈이 “방송이 끝난 후 ‘OOO 연락처 좀 알려줘’라는 제작자들의 문자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는다”고 말한 이유다.

실제로 ‘히든싱어2’의 참가자들은 가수의 꿈을 안고 있는 이들이다. 프로그램 출연이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길로 이어지진 않지만 평소 가장 존경하는 가수로, 닮고 싶은 멘토로 삼았던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노래할 수 있는 무대로 이들의 꿈은 한층 확고해진다. 모든 ‘히든싱어’ 출연자들이 “대결의 결과를 떠나 참 감동적이고 행복하고 고마운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농부, 박사, CEO 등 각기 다른 직군에서, 미국 LA, 울산, 부산 등 각기 다른 지역에서 몰린 실력자들. ’히든싱어’가 있기 전까지 사실 이러한 참가자들이 문을 두드리는 곳은 ‘슈스케’였다.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놀라운 실력자들을 배출했던 곳이 ‘슈스케’였던 만큼 이 프로그램은 가수가 되고 싶은 참가자들 중에서도 ‘A급 실력’을 가진 이들이 몰리는 곳으로 인식됐다.

이젠 그들이 ‘히든싱어’의 문을 두드린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방송관계자는 “‘슈스케’를 넘어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출연자들이 어떻게 데뷔하고, 어떤 성과를 거두고, 어떤 행보를 걷게 되는지 많은 표본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과 암이 드러났다”며 “‘잠재지원자’들도 이런 실질적인 결과물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지 고민이 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히든싱어’는 그런 의미에서 부담 없는 대체제가 될 것이고 오히려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지 못하는 감동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측면이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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