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극장가 가이드]'삼강오륜'으로 본 설 개봉작 5편

  • 등록 2009-01-23 오전 11:19:41

    수정 2009-01-23 오전 11:20:44

▲ 설 연휴 개봉되는 5편의 신작 영화들. '베드타임 스토리', '적벽대전' '유감스러운 도시' '체인질링' '작전명 발키리'(사진 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민족의 명절인 설 연휴가 다가왔다. 유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설날에는 가족이 모두 함께 차례를 지내고 집안의 어른들로부터 '삼강오륜'에 따른 덕담을 들으며 새로운 한 해를 다짐하곤 했다.

삼강오륜 중 삼강은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을 말하며 이것은 과거 유교에서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뜻했다.

삼강은 오륜을 통해 구체화되었는데 오륜은 부자유친(父子有親)·군신유의(君臣有義)·부부유별(夫婦有別)·장유유서(長幼有序)·붕우유신(朋友有信)의 다섯 가지로 나뉜다.
 
마침 올해 설날 연휴를 앞두고 22일 개봉한 영화는 공교롭게도 5편이다. 삼강오륜에 빗대어 올 설 연휴 극장가 개봉작 5편을 살펴봤다.
 
▲ '베드타임 스토리'

▲ 부자유친 ‘베드타임 스토리’

부자유친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서로 친하고 아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오륜 중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필요한 도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부모와 자식간에 가깝게 지내라는 맹자님의 말씀이다.

그런 측면에서 설 연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극장 나들이를 하는 것은 부자유친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터.
 
아담 센들러가 주연한 '베드타임 스토리'는 그런 측면에서 설 연휴 개봉작 다섯 편 가운데 부자유친에 가장 안성맞춤인 영화다. ‘베드타임 스토리’만이 유일하게 전체 관람가 등급이다. 미취학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의 제목 자체가 ‘침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비록 친부모는 아니지만 조카들에게 잠자리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스키터(아담 샌들러 분)가 주인공이다. 영화에는 자극적인 설정이나 부모와 자녀가 보기에 거북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 개봉시 아담 샌들러 영화중 처음으로 PG 등급, 즉 부모 동반시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아 개봉 3주동안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둬들였다.
▲ '작전명 발키리'

▲ 군신유의 ‘작전명 발키리’

군신유의는 임금과 신하의 도리는 의리에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봉건시대 주종관계였던 신하와 왕 사이의 불문율이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을 맡고 톰 크루즈가 주인공 슈타펜버그 대령을 맡은 ‘작전명 발키리’는 군신유의의 딜레마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작전명 발키리’는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군부와 정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히틀러 암살 시도사건을 담은 스릴러 영화다. 주인공 슈타펜버그 대령은 봉건시대의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장악한 채 전쟁에 여념이 없는 히틀러를 보고 깊은 회의에 빠진다. 본인은 국가에 충성을 다해야 하는 군인의 신분이었지만 군대의 통수권을 지닌 히틀러의 만행을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

결국 슈타펜버그는 히틀러에 대한 충성과 복종 및 의리를 저버리고 그를 암살하기로 모의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는 열일곱 번 암살시도를 당했지만 살아남았고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이 가까워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즉,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상황을 스릴러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에는 ‘유주얼 서스펙트’를 통해 스릴러의 거장 반열에 오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군신유의의 관점에서 보면 슈타펜버그 대령은 의리를 저버린 불충한 신하지만, 그런 이들이 있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은 자신들 내부에도 ‘양심과 정의’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최소한의 명예를 지킬 수 있었다.
▲ '적벽대전2'

▲ 부부유별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은 삼국지의 백미라 꼽히는 적벽대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조조의 100만 대군에 맞서 유비와 손권이 동맹을 맺고 적벽에서 일대 격전을 치렀던 적벽대전은 그동안 전쟁의 스케일로 인해 쉽게 영화화 되지 못했다.
지난 여름 전편인 ‘거대한 전쟁의 시작’으로 적벽대전의 서곡을 알린 오우삼 감독은 후편을 통해 본격적인 적벽대전의 불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여기서 뜬금없이 ‘부부유별’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까닭은 '적벽대전' 시리즈의 주인공인 오나라 장군 주유(양조위 분)와 그의 아내인 소교(린즈링 분)의 이야기가 전편에 비해 후편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부부유별은 부부로서 살아가는 데 분별함이 있어야 한다는 뜻. 남편은 남편으로서 본분이 있고 아내는 아내로서 본분이 따로 있으니 이를 잘 헤아려서 서로 침범하지 않고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오우삼 감독은 주유와 소교 부부의 이야기를 ‘적벽대전2’의 한 가운데다 배치한다. 조조가 오나라를 침공한 까닭이 자신을 취하기 위해서라는 소리를 들은 소교는 남편 몰래 조조의 적진에 들어가 동남풍이 불 때까지 시간을 끈다. 이는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설정이다. 적장에 나간 남편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남편과 조국을 위해 스스로 조조의 진영으로 가는 소교의 모습은 주유 부부만의 '부부유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주유와 소교 부부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적벽대전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적벽대전2’의 핵심 볼거리는 조조의 100만 대군이 몰락하는 전쟁신이지만 전쟁을 남편과 아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주유 부부의 심리를 엿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수 있을 듯 하다.
▲ 체인질링

▲ 장유유서 ‘체인질링’

장유유서는 어른과 아이에는 순서가 있다는 말로 사람사이, 연장자를 공경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설 연휴 개봉작 중 ‘체인질링’은 관람 1순위에 놓아야 할 영화일지도 모른다.

1930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여든 살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현재 할리우드 내 최고령 현역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 마카로니 웨스턴의 명배우에서 이제는 할리우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체인질링’은 영화 내용 자체를 떠나 오히려 유교문화권보다 더 노장의 경륜을 우대하는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반증하는 영화기도 하다. 물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노장에 대한 기대만큼 영화를 잘 만들어 준 덕분일 테지만 말이다.

‘체인질링’은 1920년대 미국 LA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28년 혼자 아이를 키우는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 분)은 회사에 다녀온 뒤 아홉 살 난 아들이 실종된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나 경찰은 다섯 달 후 아들이 아닌 아이를 그녀의 실종된 아이라며 데리고 온다. 크리스틴은 이를 계기로 부패된 사회구조와 맞서 싸우게 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개봉돼 주연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력을 비롯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정제된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사회에 대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통찰력 및 스크린의 미학이 돋보이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 '유감스러운 도시'

▲ 붕우유신 ‘유감스러운 도시’

‘유감스러운 도시’는 영화 ‘두사부일체’ 시리즈로 정 트리오라는 애칭을 얻은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세 배우가 그야말로 의기투합해서 만든 영화다. 그런 측면에서 ‘유감스러운 도시’는 한국 영화계가 보여준 ‘붕우유신’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친구들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맹자님 말씀은 정 트리오에게 일종의 명제였다. 여기에 ‘두사부일체’를 만들며 정 트리오 탄생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김동원 감독도 가세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또 다시 조폭코미디 영화를 만든다. 여기에는 ‘두사부일체’와 ‘투사부일체’의 흥행을 가능케 했던 한국 관객들에 대한 믿음도 한몫 했다.  

영화의 내용은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폭력조직에서 경찰내 스파이를 잠입시키고 경찰 또한 폭력조직에 형사를 잠입시켜 상대 조직의 허점을 노린다. 형사에서 조직폭력배가 된 장충동 역은 정준호가 맡았고 조직폭력배에서 경찰이 된 이중대 역은 정웅인이 맡았다. 그리고 정운택은 장충동에게 조직의 룰을 가르치는 조직원 문동식 역으로 열연했다. 세 배우와 감독이 또 다시 뭉친 데에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정준호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남자 친구들끼리 설 연휴 극장가를 찾아 아무런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유감스러운 도시’는 적격이다. 문제는 웃음의 종류다. 익숙하고 전형적인 장면들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폭소가 아닌 실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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