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큐 내려놓았던 자동차 영업사원, 프로당구 우승 반전

  • 등록 2022-02-15 오후 12:14:11

    수정 2022-02-15 오후 9:36:06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프로당구 3부투어 우승을 차지한 곽지훈. 사진=PBA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우승 상금(500만원) 모두 지금까지 고생한 아내에게 선물해야죠.”

‘자동차 영업맨’이 프로당구 PBA 챌린지투어(3부)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다.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PBC캐롬클럽에서 열린 2021~22시즌 ‘헬릭스 PBA 챌린지투어(3부) 3차전’ 결승전에서 곽지훈(37)은 남중모(53)를 세트스코어 3-0(15-13 15-10 15-14)으로 누르고 대회 정상에 섰다.

대회 256강부터 8연승을 내달리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곽지훈은 상금 500만원과 랭킹포인트 5000점을 추가했다. 시즌 랭킹 선두(5525점)로 뛰어오르면서 차기 시즌 1부투어 직행 티켓 획득을 눈앞에 뒀다.

2008년 당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상금을 손에 넣은 곽지훈은 몇 번이고 당구 선수를 포기하려 했다. 군 전역 후 당구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3년도 채 되지 않아 생활고에 큐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생계를 찾아 기아자동차 대리점(수원 인계동 영광제일점)의 ‘영업맨’이 됐다.

곽지훈은 “마음 한켠에 늘 당구 선수를 두고 있었지만 형편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을 때인 2019년에 프로당구가 출범했는데, ‘프로’라는 두 글자가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큰 마음을 먹고 도전했는데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트라이아웃에서는 목 부상이 와서 고배를 마셨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1부 무대에는 실패했지만, 2부투어에서는 7차전(쏘팔코사놀 드림투어) 8강에 오르는 등 상금랭킹 67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번째 시즌에는 결국 136위에 그치면서 챌린지투어로 강등됐다.

곽지훈은 “두 번째 시즌에는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서 시합에 빠지는 날이 많았다”며 “연습을 해야 하는데 아내 혼자 두 아이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더라”고 밝혔다. 아울러 “아내가 많은 부분을 배려해줬지만, 연습량에서 차이가 나니 어쩔 수가 없었다”며 “정말 자존심이 상했지만 3부에서 차근히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이번 시즌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늦은 만큼 더욱 이를 갈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조금씩 짬이 생겼고, 온전히 연습하는 데만 집중했다. 오후 6시에 업무를 마치면 곧장 PBA 1부투어 선수 황득희(PBA 선수위원장)가 운영하는 당구클럽(수원 팔달구)으로 향했다. 약 10명의 PBA 1~3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결국 3차투어만에 정상에 올랐고, 꿈에 그리던 1부투어 승격에 가까워졌다.

곽지훈은 “당구를 치고 싶은데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서 말을 꺼낼 수도 없었지만 그 덕분에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연습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우승했으니 이제 시작이다. 오늘만 기뻐하고 내일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하겠다. 내년에 꼭 1부로 승격해서 두 아들(도겸, 도원)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당구를 대하는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곽지훈은 1부투어에서 활약 중인 ‘스페인 듀오’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와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의 영상을 자주 본단다. 곽지훈은 “(사파타와 마르티네스는) 당구를 대하는 자세가 늘 진지하고 프로답다”며 “그래도 존경한다거나 우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언젠가 1부투어에서 만나게 될 텐데,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경기 전부터 지고 들어가는 기분이 들 것 같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한편 지난 3일간 치러진 이번 대회는 총 327명이 참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512강~32강까지 30점 단판, 16강부터는 세트제(15점)로 치러졌다. 16강부터 4강전은 3전2승제, 결승전은 7전 4승제로 승부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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