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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은 22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 국제거리에 있는 덴브스나하에서 취재진과 만나 “10년간 꾸준히 일본에서 영화를 만드니 이제야 조금씩 인정을 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관객이 느끼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도 이제는 맥을 짚는다. 난관이 많았지만 이제는 믿고 따를 든든한 아군이 많이 생겼다.
“영화는 문화 산업이라지만 돈으로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한국에서 대형 배급사를 통해 영화계에 입문했으나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기는 싫었습니다. 저예산이지만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고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관객들과 호흡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으려 노력했는데 이제야 조금씩 성과물이 나오네요.”
신작인 ‘절벽 위의 트럼펫’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여자주인공이 요양을 위해 방문한 오키나와의 작은 섬에서 트럼펫을 부는 남자를 목격하며 겪는 휴먼 스토리를 그린다. 유명 아이돌 그룹 틴탑의 멤버 엘조와 일본 배우 사쿠라바 나나미가 주연을 맡았다. 오키나와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절벽 위의 트럼펫’은 오키나와 현에서 세 번째로 큰 이시가키 섬에서 촬영됐다. 나하 시와의 거리는 410km 이상 떨어진 곳인데 남국의 해변과 험준한 산세와 열대우림으로 어우러졌다. 영화에는 아름다운 섬의 정취가 그대로 담겨있어 눈이 즐겁다. 한 감독은 “카메라를 어디에 설치해도 ‘그림’이 되더라”라며 “영화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섬인데 풍경이 아름다워 한국에서 온 제작진이 정말 좋아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이시가키 섬의 전통 의상을 입고 다닐 정도로 푹 빠졌습니다. 주민 분들의 도움을 받아 집도 얻었죠.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영화관이 없는데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주민 분들이 흥미로워 하시더라고요. 첫 상영은 오키나와에서 했지만 개봉에 앞서 이시가키의 주민을 초청해 영화를 상영하는 이벤트를 열려고 합니다. 받은 것이 많은 만큼 보답해야죠.”
한 감독은 심형래 감독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라지만 시도만큼은 존중한다”라며 “현재 중국과 손잡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족한 점은 제작과정에서 채워가면 되는데 영화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 듯하다. 글로벌 콘텐츠를 꿈꾸는 일인으로서 안타까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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