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MF]한상희 감독 "심형래 도전, 시도는 인정받아야"(인터뷰)

한일합작영화 ‘절벽 위의 트럼펫’ 오키나와서 첫 공개
한국과 일본 오가며 10년 넘게 한우물
글로벌 콘텐츠 제작이 목표
  • 등록 2016-04-23 오전 7:43:02

    수정 2016-04-23 오전 7:48:11

한상희 감독이 22일 오키나와 나하시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후 신작 ‘절벽 위의 트럼펫’ 포스터를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한상희 감독은 지난 2002년 처음 일본으로 건너왔다. 뮤직비디오계에서 이름을 날리다 영화에 도전한 그는 2007년 개봉한 이준기와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영화 ‘첫눈’을 시작으로 꾸준히 한일합작 영화를 만들고 있다. 10년 넘게 대한해협을 건너다니던 그는 최근 아예 일본 남서부의 작은 섬 이시가키에 터를 잡았다. 그곳 주민들과 살을 비비며 영화를 만들었고 신작 ‘절벽 위의 트럼펫’은 결과물이다.

한 감독은 22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 국제거리에 있는 덴브스나하에서 취재진과 만나 “10년간 꾸준히 일본에서 영화를 만드니 이제야 조금씩 인정을 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관객이 느끼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도 이제는 맥을 짚는다. 난관이 많았지만 이제는 믿고 따를 든든한 아군이 많이 생겼다.

“영화는 문화 산업이라지만 돈으로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한국에서 대형 배급사를 통해 영화계에 입문했으나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기는 싫었습니다. 저예산이지만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고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관객들과 호흡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으려 노력했는데 이제야 조금씩 성과물이 나오네요.”

신작인 ‘절벽 위의 트럼펫’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여자주인공이 요양을 위해 방문한 오키나와의 작은 섬에서 트럼펫을 부는 남자를 목격하며 겪는 휴먼 스토리를 그린다. 유명 아이돌 그룹 틴탑의 멤버 엘조와 일본 배우 사쿠라바 나나미가 주연을 맡았다. 오키나와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한상희 감독은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감정을 따라가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 관객의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숙제였다”라며 “한국은 드라마틱한 전개를 즐긴다면 일본인들은 잔잔한 내용을 좋아한다. 두가지 요소를 잘 배합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절벽 위의 트럼펫’은 오키나와 현에서 세 번째로 큰 이시가키 섬에서 촬영됐다. 나하 시와의 거리는 410km 이상 떨어진 곳인데 남국의 해변과 험준한 산세와 열대우림으로 어우러졌다. 영화에는 아름다운 섬의 정취가 그대로 담겨있어 눈이 즐겁다. 한 감독은 “카메라를 어디에 설치해도 ‘그림’이 되더라”라며 “영화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섬인데 풍경이 아름다워 한국에서 온 제작진이 정말 좋아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이시가키 섬의 전통 의상을 입고 다닐 정도로 푹 빠졌습니다. 주민 분들의 도움을 받아 집도 얻었죠.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영화관이 없는데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주민 분들이 흥미로워 하시더라고요. 첫 상영은 오키나와에서 했지만 개봉에 앞서 이시가키의 주민을 초청해 영화를 상영하는 이벤트를 열려고 합니다. 받은 것이 많은 만큼 보답해야죠.”

한상희 감독의 목표는 글로벌 콘텐츠다. 그는 “할리우드가 세계 영화시장을 주도하는 지금 로컬 콘텐츠에 목메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며 “동양의 자연주의 사상을 영화에 담아 전세계인에게 소개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한국의 제작진, 일본의 음악과 원작, 중국의 자본 동원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하나로 뭉쳤을 때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오키나와가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 감독은 심형래 감독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라지만 시도만큼은 존중한다”라며 “현재 중국과 손잡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족한 점은 제작과정에서 채워가면 되는데 영화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 듯하다. 글로벌 콘텐츠를 꿈꾸는 일인으로서 안타까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절벽 위의 트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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