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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프로야구도 30년을 훌쩍 넘겼다. 스프링캠프가 반복되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들도 패턴이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다.
3할이나 10승을 노린다거나, 개인 성적은 상관 없이 팀 만을 생각하겠다는 각오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겠다는 선수들의 등장도 빠지지 않는 뉴스 중 하나다.
이번 겨울엔 포수까지 하겠다는 넥센 서동욱과 2루수 겸업을 선언한 KIA 김주찬이 화제다.
서동욱은 실전에 포수로 나선 적이 있고, 김주찬은 원래 내야수 출신이었던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들이 새 목표까지 성실하게 해낸다면 팀에는 분명 플러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멀티 포지션 선수의 존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그만큼 팀이 약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그들이 맡겠다는 포지션 속에는 팀의 고민도 함께 묻어나 있다.
엔트리가 늘어났다는 점에서도 멀티 플레이어는 소중하다. 감독이 번트나 대주자, 등의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의 포지션 속에는 그 팀의 고민이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넥센의 포수와 KIA의 2루수를 보자. 만약의 만약을 대비한 보험용이기는 하지만 보험이란 위험을 감지했을 때 선뜻 들게 돼 있는 안전장치다.
KIA의 2루는 말할 것도 없다. 안치홍이 빠진데다 유격수 김선빈까지 군 문제로 이탈하며 센터 라인이 크게 비었다. 김민우 등 고참과 신진급 선수들로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센터라인을 풀 시즌으로 소화해 본 선수 없이 시즌을 시작한다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서동욱과 김주찬이 빼어난 수비 능력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점도 고민 거리다. 비단 둘 뿐 아니다. 멀티 포지션 선수는 일정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승부처에선 약할 수 밖에 없다. 중요 순간엔 원래 포지션의 습성이 나오기 쉬운 탓이다. 멀티 포지션은 어디까지나 보험용일 뿐, 팀의 운명을 쥐고 흔들 수준까지 올라가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주전급 선수를 서포터할 수 있는 강력한 수비수를 갖고 있는 것. 나아가 겨울 훈련을 통해 그 선수들의 타격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와 주는 것이다. 말 하기 좋고 보기 좋은 멀티 플레이어가 많아지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알짜인 전력 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