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텨 준 몸에 감사한다"던 오재원인데...

  • 등록 2013-10-28 오전 10:10:00

    수정 2013-10-28 오후 12:20:40

두산 오재원이 KS 3차전, 7회 손시헌의 안타 때 홈으로 들어온 뒤 햄스트링 통증에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두산 내야의 키 플레이어 오재원이 쓰러졌다. 오재원은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3차전, 7회말 2사 2루서 손시헌의 우전 안타 때 홈으로 파고 들다 왼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쩔뚝 거리면서도 홈 베이스를 밟아 추격의 득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곧바로 그라운드를 구르며 넘어졌고, 결국 트레이너에 업혀 나가고 말았다. 정밀 검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남은 시리즈 출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오재원의 몸 상태는 좋지 못했다. 정규 시즌 막판, 무릎에 통증이 생긴데다 포스트시즌을 계속 치르며 체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재원은 잘 버텨냈다.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중요한 한 방을 때려내며 팀의 가을에 큰 힘을 보탰다. 이종욱은 “오재원은 큰 경기서 의지가 되는 선수다. 흔히 미친 선수를 말하는데 우리 팀에선 오재원이 제격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힘이 난다”고 말할 정도였다.

오재원은 그런 평가에 대해 “몸이 잘 버텨주고 있는 덕분”이라고 답하곤 했다. 이전과는 달라진 환경에도 잘 적응해가고 있는 것이 든든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몸을 불리는 실험을 했다. 체력과 파워를 늘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몸이 커지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둔해지기 쉬운 법. 그러나 오재원은 스피드는 유지한 채 파워만 늘리는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양이 크게 늘어나며 몸이 적응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스피드 유지를 위해선 러닝도 많이 해야 했다. 처음엔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러닝 훈련을 하는데도 몸은 웨이트를 하는 줄 알고 자꾸 경직이 됐기 때문이다. 뛰는데 자꾸 근육이 뭉치려고 해 많이 힘들었다. 그 고비를 넘긴 덕분에 스피드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변화에 잘 적응 해 준 내 몸에 고맙다”고 했었다.

그의 몸도 결국 한계를 보이고 말았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1년을 잘 버텨줬지만 정말 중요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재원의 몸은 이미 제 몫을 다한 상태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변화의 첫 해,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이제 덕아웃에서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오재원의 빈 자리를 메우며 두산이 기적을 완성할 수 있을까.

두산 선수들은 지금 “어쩌면 이 선수들과 가을 야구를 하는 순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다. 한 경기라도 더 끌고가서 꼭 이기고 싶다”는 다짐으로 뭉쳐 있다. 그 각오가 마지막 승리로까지 이어진다면….그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뛰다 쓰러진 오재원에게 그 보다 더 큰 위로의 선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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