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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쩔뚝 거리면서도 홈 베이스를 밟아 추격의 득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곧바로 그라운드를 구르며 넘어졌고, 결국 트레이너에 업혀 나가고 말았다. 정밀 검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남은 시리즈 출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오재원의 몸 상태는 좋지 못했다. 정규 시즌 막판, 무릎에 통증이 생긴데다 포스트시즌을 계속 치르며 체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재원은 잘 버텨냈다.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중요한 한 방을 때려내며 팀의 가을에 큰 힘을 보탰다. 이종욱은 “오재원은 큰 경기서 의지가 되는 선수다. 흔히 미친 선수를 말하는데 우리 팀에선 오재원이 제격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힘이 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몸을 불리는 실험을 했다. 체력과 파워를 늘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몸이 커지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둔해지기 쉬운 법. 그러나 오재원은 스피드는 유지한 채 파워만 늘리는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양이 크게 늘어나며 몸이 적응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스피드 유지를 위해선 러닝도 많이 해야 했다. 처음엔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러닝 훈련을 하는데도 몸은 웨이트를 하는 줄 알고 자꾸 경직이 됐기 때문이다. 뛰는데 자꾸 근육이 뭉치려고 해 많이 힘들었다. 그 고비를 넘긴 덕분에 스피드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변화에 잘 적응 해 준 내 몸에 고맙다”고 했었다.
오재원은 이제 덕아웃에서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오재원의 빈 자리를 메우며 두산이 기적을 완성할 수 있을까.
두산 선수들은 지금 “어쩌면 이 선수들과 가을 야구를 하는 순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다. 한 경기라도 더 끌고가서 꼭 이기고 싶다”는 다짐으로 뭉쳐 있다. 그 각오가 마지막 승리로까지 이어진다면….그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뛰다 쓰러진 오재원에게 그 보다 더 큰 위로의 선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