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던져진 코리안좀비, 깡다구로 이변 이룬다

  • 등록 2013-08-02 오전 10:03:24

    수정 2013-08-02 오전 10:03:24

지난 7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163 페더급 타이틀전 출정식에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찬성은 한국시각으로 오는 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HSBC 아레나에서 개최되는 UFC163에서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에게 도전한다. 사진=뉴시스
정찬성과 UFC 타이틀전을 벌이는 조제 알도. 사진=수퍼액션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기적을 바란다. 모든 것이 최악이지만 그래도 기대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정찬성은 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HSBC아레나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UFC 163’ 메인이벤트에서 현 페더급(65kg이하) 챔피언 조제 알도(27·브라질)에게 도전한다.

한국 선수가 ‘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최고단체 UFC 정상에 도전하는 것은 정찬성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의 부제가 정찬성의 별명을 딴 ‘Aldo vs Korea Zombie’다.

정찬성은 세계 격투기 무대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파이터다. UFC 진출 후 쟁쟁한 강자들을 상대로 3연속 KO승을 거두고 당당히 챔피언 도전권을 획득했다. 2011년에는 당시 최정상급 파이터인 마크 호미닉(캐나다)를 경기 시작 7초 만에 KO 시켜 UFC 최단시간 KO승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찬성은 상대의 타격을 허용해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밀고 들어가면서 싸운다고 해서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래 킥복싱 선수로 시작한 타격가지만 피나는 연습을 통해 레슬링, 주짓수 등 그라운드 기술까지 완벽히 마스터했다.

UFC 타이틀전은 전 세계 모든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꿈에 그리는 기회다. 정찬성도 마찬가지다. 이 경기를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깨 부상 때문에 지난 15개월 동안 경기를 갖지 못했지만 천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런데 상대가 너무 강하다. 챔피언 알도는 전 체급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파이터로 인정받고 있다. 통산 전적 22승1패인 알도는 2010년 9월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4차례 타이틀을 방어했다. 22승 가운데 KO가 13번이나 된다. 전 체급 선수를 통틀어 꼽은 P4P(파운드 포 파운드) 순위도 4위에 올라있다.

특히 알도의 타격 능력은 같은 체급 선수들을 월등히 능가한다. 다리를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레그킥과 상대를 실신시키는 니킥은 공포 그 자체다.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곳은 알도의 안방인 리오데자네이루. 해외에서 거의 활동했던 정찬성이지만 브라질에서 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적응 자체가 쉽지 않다.

브라질은 전세계 어느 곳보다 스포츠 팬들이 열광적이고 거칠기로 유명하다. 하물며 피가 터지는 격투기는 말할 것도 없다. 외국선수들에게 브라질 원정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강심장을 자랑하는 정찬성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알도는 “브라질 선수가 브라질에서 경기하면 100배는 강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도 알도의 일방적인 승리를 점치고 있다. 미국 격투기 전문매체 ‘셔독(Sherdog)’은 “정찬성의 경기를 보는 것은 즐겁지만 알도의 능력에 맞서기는 역부족이다”며 “알도의 KO승을 전망했다. 현지 스포츠 베팅업체들도 알도의 승리 가능성을 6~7배 정도 더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정찬성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정찬성은 지난 UFC 162에서 ‘싸움의 신’으로 불렸던 무적챔피언 앤더슨 실바(브라질)가 신예 크리스 와이드먼에게 충격적인 TKO를 당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알도도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정찬성에게 유리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리치에서 정찬성이 약 6cm 정도 길다. 또한 알도는 경기 초반과 비교하면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스피드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 체력적인 약점이 있다고 지적받는다. 정찬성도 알도의 미세한 허점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정찬성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거머쥐기 위해 제 발로 지옥에 들어갔다. 사실 정찬성의 가장 큰 무기는 속된 말로 ‘깡다구’다. 늘 불리한 입장이었지만 남다른 정신력으로 승리를 거뒀다. 게다가 동영상으로 보고 혼자 익혔던 기술(트위스터)로 상대에게 항복을 받아낸 창의성까지 갖추고 있다. 그가 지옥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한편, 정찬성의 UFC 타이틀 매치는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1시에 수퍼액션으로 생중계된다. 미국 중계시간을 맞추기 위해 브라질 현지시간으로는 새벽 1시에 경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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