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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5일 복수의 가요 관계자들로부터 최초 확인한 결과, 싸이는 YG와 지난 2010년 10월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익 배분율을 7(싸이)대 3(YG)으로 정했다. 계약이 만료돼도 싸이는 YG 산하 자회사 대표 프로듀서로 남거나 전속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싸이는 5일 미국 빌보드 싱글 메인차트인 ‘핫100’서 2주 연속 2위를 기록했다. 미국 빌보드 차트는 세계 최대 팝 시장이다. 국내의 20배가 넘는 시장 규모다. 전 세계 대중음악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싸이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그의 실질적인 수익이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싸이는 불과 3개월 새 음반·음원 판매, CF, 공연·행사, 저작권 등으로 최소 130억여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총 매출액은 약 33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YG의 몫과 제반 비용 등을 제외한 싸이의 순수입은 약 15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YG는 싸이 덕에 앉아서 100억원 안팎을 챙길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앞으로 싸이를 통해 발생할 수익은 가늠하기 어렵다. 국내 대중음악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다. 다만, 그간 빌보드 메인 차트서 상위권을 오르내린 팝스타들의 성적을 참고할 수 있다.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국서 정상적으로 활동한 팝스타가 빌보드서 1위를 했을 때 2000억~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는 미국서 음반을 발매하지 않은데다 소위 ‘돈이 되지 않는’ 한국 일정을 병행하고 있어 이들보다 매출액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싸이가 빌보드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다면 이들의 10분의 1 정도는 충분히 달성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싸이 측은 “소득세 신고가 있는 내년 5월이나 되어야 구체적인 금액이 나온다”고 말을 아꼈다. 10월 말께나 YG에 첫 정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후 또 다시 3개월이 지나야 싸이에게 배당금이 지급된다.
그럼에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기존 빌보드 사례를 토대로 추산하면 싸이는 올해 남은 3개월 동안 약 2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어디서, 얼마 벌었나
8월 열렸던 콘서트 ‘흠뻑쇼’와 각종 공·사기업 행사·대학 축제 출연료 등이 포함된 공연 매출액 역시 40억원에 육박한다. 그의 행사 출연료(서울 지역·기업 기준)는 6000만~7000만원 선이다. 해외의 경우 단가는 더욱 올라간다. 그는 연내 크고 작은 해외 행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 초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의 공연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음반·음원 판매로 인한 수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싸이의 6집(원가 1만원 기준)은 약 5만 5000장이 팔렸다. 미국에서는 11월 말께 새 싱글 혹은 미니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음원은 국내서 90일간 300만여 건이 다운로드됐다. 스트리밍을 포함한 음원 총매출은 약 10억 7천여만원이다. 즉, 국내 음반·음원 총 매출은 16억 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아쉽게도 싸이가 국내 음반·음원 판매로 챙길 수입은 겨우 36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남경필(새누리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디지털 음악시장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른 수치다. 상품에 따라 음원 가격이 달라 정확한 산출액 계산은 어렵지만 곡당 국내 평균 저작권료가 10.7원, 스트리밍은 0.2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음악 시장은 멜론·엠넷 등 플랫폼사가 46%, 음반·음원 유통사가 8%, 제작사인 YG가 32%, 저작자(작곡·작사자)가 9%, 실연자(가수·연주자)가 5%를 가져가는 구조다.
외국 아이튠즈는 제작사와 저작권자에 유리하다. 제작사의 비율이 70%가량 되며,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비율도 총 매출의 10~20% 정도로 국내보다 높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 40여 개국 아이튠즈서 약 3주간 1·2위를 오르내렸다. 미국에서만 최근 한 주당 20~29만여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현재 아이튠즈에서 ‘강남스타일’을 다운로드 하려면 1.29달러(1440원), 영국에선 0.99파운드(1780원), 멕시코는 15페소(1290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를 미뤄 짐작하면 싸이는 최소 해외 음원 판매로 약 15억여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변수는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방송·노래방·공연에서 발생하는 별도의 저작권료다. 이들 저작권료는 각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음원에 비해 더욱 높게 책정된다. 빌보드 비즈 기준 지난 한 주간 미국 라디오 방송을 통한 ‘강남스타일’ 청취자 수는 4600만 명을 기록했다. ‘강남스타일’이 미국·영국·네덜란드·호주 등 41개국 아이튠즈서 1위를 했던 점을 감안할 때 국내외 통틀어 ‘강남스타일’이 방송된 횟수는 1억번 이상으로 관측된다.
YG 주가 160% 상승..양현석 2000억 ‘돈방석’
싸이의 성공은 소속사 YG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YG 주가는 올초보다 160% 이상 올랐고, 양현석은 연예계 최고 주식부자가 됐다. YG 시가총액은 1조 372억원(4일 종가 10만500원 기준)을 넘어서며 코스닥 시총 순위 10위로 치솟았다.
YG의 개인 최대주주로 356만9554주(35.79%)를 보유 중인 양현석은 이날 주식 평가액 3587억여원을 나타냈다. 싸이 덕에 무려 2000억원 이상이 오른 액수다. 국내 연예인 주식 부자 1위로 꼽혀온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2600여 억원)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싸이의 세계적 인기가 정점이 아니라 이제 막 발동이 걸린 초반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싸이는 이달 중순께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글로벌 활동에 나선다. 영국 오피셜 차트(9월30일 자)를 이미 점령했고, 그 외 유럽·남미·아프리카 등 10개국 차트서도 1위를 기록 중이다. YG 관계자는 “싸이가 연내 유럽 대표 페스티벌 무대 등에 설 예정”이라며 “세계 각국에서의 단독 공연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싸이의 해외 수익은 온전히 YG의 몫은 아니다. 싸이는 스쿠터 브라운 프로젝트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음반 유통은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에 맡겼다. 하지만 싸이의 성공은 곧 YG의 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YG 브랜드 가치는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 됐다. 월드 투어 중인 빅뱅·2NE1을 비롯해 외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타블로(에픽하이) 등 기존 소속 뮤지션들의 해외 활동에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예정이다.
싸이는 다음 주 다시 한번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 동시 석권을 노린다. 만약 싸이가 팝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팝 본 고장인 영국을 휩쓴다면 이는 아시아 가수 최초다. 반한류 감정 탓에 싸이를 외면하던 일본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은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음악 시장이다. 싸이가 일본까지 정식 진출한다면 그 성과는 또 달라진다.
“싸이 개인이 아닌 ‘강남스타일’이 K팝 시장 전체에 끼칠 영향력을 문화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다면 그 경제적 가치는 1조원 이상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서 5000만 건(10월4일 기준 3억5900여만 뷰)을 돌파했을 때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이같이 전망했다.(이데일리 8월24일 자) 당시 일각에서는 이를 비웃었다. 언론의 호들갑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싸이는 그러한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