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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사람의 성격을 표현하는 사자성어 중 대표적인 말이 ‘내유외강’(內柔外剛)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해보이지만 속은 부드럽거나 여리다’는 뜻이다.
이와 반대인 경우를 ‘외유내강’ 이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부드럽고 여리지만 속은 의지가 강하고 심지가 굳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의 성격은 대게 ‘내유외강’이거나 ‘외유내강’으로 구분된다.
현재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최고의 MC로 평가받고 있는 강호동과 유재석은 ‘외유내강의 인간형’과 ‘내유외강의 인간형’ 비교에 가장 좋은 모델이다. 둘은 KBS와 MBC 그리고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예능프로그램의 간판으로 활약하며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과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 강호동, 천하장사의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막내기질
강호동은 현재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코너와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코너, 그리고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의 진행자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무릎팍도사’는 매회 방영 때마다 게스트들에게 난감한 질문을 주저 없이 찔러대는 강호동의 ‘무대뽀 정신’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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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진행을 평소에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한 방송 관계자는 “국내에서 ‘무릎팍도사’에서처럼 게스트들을 몰아붙이는 진행을 할 수 있는 연예인은 강호동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본인 역시 방송 진행을 오랫동안 했던 이 관계자는 “강호동은 외모만으로도 사람들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며 “사람 역시 본능을 지닌 동물이기에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보면 이를 직감하고 한 수 접고 들어가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강호동은 진행자로서 타고난 힘과 카리스마가 있다”고 말했다.
강호동은 십대 후반에 천하장사에 오른 타고난 씨름선수였다. 씨름을 그만두고 연예계에 투신한지 십수년이 흘렀어도 ‘천하장사’ 이미지는 여전히 다른 연예인, 시청자들에게 지워지지 않고 있다. 늘 짧은 스포츠머리와 가끔씩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은근히 과시하는 완력은 보이지 않는 위압감을 주며 강호동의 존재에 무게감을 준다.
하지만 강호동이 지금 최고의 MC 자리에 오른 것은 자신의 타고난 카리스마와 상대를 압도하는 위압감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여리고 부드러운 모습을 내비치는 데 부끄러워하거나 망설이지 않아서다.
사실 강호동은 2남3녀 중 막내로 자랐다. 누나들과 형에게는 집안의 귀염둥이 막내였고 운동을 시작 한 뒤 프로팀에 가서도 막내 노릇을 했다. 강호동의 매력과 흡입력은 바로 막내답지 않은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내기질이라고 할 수 있다.
‘무릎팍도사’에서 게스트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할 때 강호동은 눈을 껌뻑거리며 귀여운 표정으로 떼를 쓰거나 아양을 떨며 평소 자신의 카리스마에서 살짝 빠져나온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는 스스로 희화화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일반 시청자들과 함께 어울려 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최근 뜨고 있는 '1박2일'에서 맏형 노릇을 하느라 짐짓 무게를 잡기도 하지만 '은초딩' 은지원의 장난에 심술을 부리고 투정을 하는 모습은 프로그램 속 설정이 아닌 몸에 배인 것으로 느껴진다. ‘내유외강’이다.
◇ 유재석, 안경을 벗을 때마다 발산하는 '무한도전'의 눈빛
유재석은 현재 방송가 PD들과 동료들, 나아가 시청자들까지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MC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용호상박’으로 비교되지만 정작 강호동은 지난해 SBS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자신의 뛰어난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도 모르는 유재석”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유재석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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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은 현재 20% 대 후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와 SBS '일요일이 좋다'의 '기적의 승부사' 코너, 그리고 평일 예능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3'를 진행하고 있다.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유재석은 거의 십여 년간을 주목받지 못했다. 그나마 메뚜기 복장을 하고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렸지만 존재감이 크지는 못했다.
유재석이 빛을 발한 것은 1990년대 후반 KBS 2TV '서세원 쇼'의 ‘토크박스’를 통해서였다.
유재석의 강점은 무엇보다 상대를 먼저 존중하고 몸을 낮추는 진행에 있다.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유재석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거나 방향을 좌지우지 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않는다. 게스트와 다른 출연자들을 난처하게 만들거나 궁지에 몰아붙이며 곤란한 상황을 연출해 웃음을 주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인기절정의 ‘무한도전’에서도 유재석은 반장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장악하기보다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을 한다. 유재석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등을 꼿꼿이 세운 채 목에 힘을 주고 있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살짝 고개를 앞으로 내민 채 남의 말을 듣는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김성주 전 MBC 아나운서는 유재석에 대해 “재치와 순발력은 기본이고 남을 배려하는 진행에 있어 발군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모나지 않고 편안한 진행을 통해 게스트들이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는데 탁월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재석이 마냥 부드럽고 유순한 것은 아니다. 강호동은 연초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재석에 대해 “섬세해 보이고 약해 보여도 강직한 카리스마가 있고 결정지을 때는 대범하며 나도 부러워할 만큼 호탕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유재석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한 예능 프로그램 PD는 “가끔 유재석이 안경을 벗고 콩트를 연기할 때 순간 눈빛에서 '저 사람이 유재석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눈빛을 본 적이 여러번”이라며 “마냥 양보하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다가도 자신의 의사를 주장할 때는 확고한 태도를 보이는 게 유재석”이라고 평했다.
이런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유재석은 강호동의 '외강내유'의 대척점에 서있는 '외유내강'의 대표적인 MC라고 할 수 있다.
◇ 서로를 부러워하고 존중하는 강호동과 유재석
강호동과 유재석은 비슷한 시기에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단번에 스타 자리에 올라서지 못했다. 두 명 모두 한 때 연예계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을 정도로 좌절과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씨름판에서는 천하를 호령하던 강호동이었지만 연예계, 그것도 치열하기로 소문난 예능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의 입지는 좁았다. 더구나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남아있고 운동으로 인해 학업에 소홀했던 강호동은 방송진행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띄는 연예인이었다. 강호동은 이를 남다른 노력으로 극복해갔다. SBS ‘야심만만’ 진행시 마무리 멘트를 위해 매회 수 권의 책을 독파하며 독서광이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강호동은 승부의 세계에서 십여 년 간 몸과 마음을 단련시킨 스포츠맨 출신의 장점을 방송에도 접목시켰다.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이 무엇인지 알았던 강호동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방송에 적합한 체질로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특히 한 나절이 꼬박 걸리는 예능프로그램 녹화 시 남다른 활력으로 분위기를 이끌며 지쳐가는 출연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자칫 ‘오버’로 비춰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호동은 프로그램을 위해 스스로 요란스러워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방송가에서 진행자 강호동의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시발점이었다.
유재석 또한 대학개그제에서 입상하며 데뷔를 했지만 초반에는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MC가 될 것을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동기들이 90년대 개그계를 주름잡으며 각광을 받고 있을 때 유재석은 각종 코미디 코너의 단역으로 출연하며 대사 하나 하기도 어려운 처지를 견뎌야 했다.
유재석은 한창 혈기가 왕성한 20대를 무명으로 보내며 다른 개그맨들의 흥망을 차분히 지켜볼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런 무명기간이 유재석에게는 반면교사가 됐고 내공을 다질 수 있는 기간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집단 진행 방식이 유행처럼 번질 때 유재석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특유의 조근 조근한 수다스러움으로 출연자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유재석의 모습은 기존의 개그맨 진행자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었다. 또한 카메라 밖에서도 겸손하고 검소하다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유재석은 남녀노소를 가지지 않고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유재석은 인터넷 상에서 악플이 달리지 않는 연예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1970년생인 강호동과 1972년생인 유재석은 공적인 자리뿐 아니라 사적인 자리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로 유명하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지난해 각각 SBS와 MBC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수상소감에서 서로의 이름을 호명하며 연예계 동료이자 인생의 선후배로서 애정을 표시했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강해보이는 강호동이 어느 순간 막내 같은 어리광을 부릴 때 그 이율배반성에 재미와 친근함을 느낀다. 마냥 부드럽고 유해보이는 유재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무한도전'의 다른 다섯 멤버들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휘어잡을 때 매력을 느낀다.
◇ '무릎팍도사'의 유재석, '무한도전'의 강호동을 볼 수 있을까?
강호동의 ‘내유외강’과 유재석의 ‘외유내강’은 바로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성격의 특성이다. 그것을 대리표출하고 있는 두 명의 MC를 보며 시청자들은 저마다 동질감을 느끼고 혹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한다. 여기에 두 MC의 숨은 경쟁력과 차별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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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계자 중에는 강호동과 유재석의 ‘MC 천하’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강호동과 유재석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MC들이 등장하더라도 ‘내유외강’와 ‘외유내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두 캐릭터를 대체할 만한 진행자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강호동과 유재석의 인기가 영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도 나이를 먹을 것이고 이들의 자리를 노리는 후배들도 내공을 쌓으며 실력을 키워 이들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시청자들의 애정이 언제 변할지도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강호동과 유재석이 언젠가 한 번은 서로의 프로그램에 나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고민을 털어놓는 유재석과 ‘무한도전’에 출연해 좌충우돌 하는 강호동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아니면 역할을 바꿔 유재석이 ‘무릎팍도사’로 출연해 강호동의 고민을 들어주어도 재밌을 것이다. 강호동이 ‘무한도전’의 멤버들을 이끌며 씨름대회에 참가해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사실 강호동과 유재석은 둘만의 극비 프로젝트로 이와 같은 자리 바꾸기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릎팍도사 유재석 편'과 '무한도전 강호동과 함께 씨름대회 출전' 그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과연 그런 강호동과 유재석의 모습을 시청자들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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