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 선수단에 편지..."아시아인 상대 폭력은 비겁한 행동"

  • 등록 2021-03-09 오전 9:36:46

    수정 2021-03-09 오전 9:37:50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AP PHOTO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이 보낸 이메일. 사진=디애슬레틱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최근 미국 내에서 급증하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로버츠 감독이 최근 다저스 구성원 전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아시아인에게 돌리면서 공격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고 9일(이하 한국시간) 보도했다.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 아시아계 감독이 된 로버츠 감독은 이메일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주민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최근 몇 달 동안 이러한 공격이 심화됐고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노인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괴롭힘은 비겁한 행동이다”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반아시아인 정서는 미국 역사의 일부이며 코로나10 대유행 기간 동안 다시 떠올랐다”며 “전염병을 이유로 아시아계 미국인을 비난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감독은 박찬호 등 과거 다저스 역사를 빛낸 아시아 선수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흑인 선수 최초의 메이저리거인)재키 로빈슨 외에도 다저스는 노모 히데오(일본), 박찬호(한국), 첸친펑(대만) 등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데뷔를 한 유산을 가지고 있다”며 “또한 다저스는 다른 메이저리그 야구 팀보다 아시아계 혈통의 선수가 더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힘입어 매우 다양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저스타디움은 항상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려있는 곳이다”고 덧붙였다.

로버츠 감독은 “많은 이들은 내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동료 및 커뮤니티 및 포용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회를 지원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기쁘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내에선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내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섬 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폭력 사건을 3000건 이상 기록됐다. 또한 미국내 16개 대도시의 경찰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해 아시아인 증오 범죄가 14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내 아시아계 스포츠 스타들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활약 중인 대만계 농구 선수 제레미 린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9년 동안이나 NBA에서 활약한 베테랑임에도 나는 코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리고 있다”며 “우리는 ‘인종차별을 경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것에 지쳤고, 고개를 숙이고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말을 듣는 것에 지쳤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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