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2017년 어느 날, “한 곡당 길어봐야 내 분량은 40초, 노래를 계속해야 하는 걸까.” 가수 윤희의 머리는 복잡했다. 트로트 그룹 오로라의 메인 보컬로 활동한 그에게 노래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여러 멤버가 모인 그룹 활동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지만, 이룬 게 없는 것 같은 아쉬움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2018년 어느 날. 윤희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다. 솔로, 정확히 말하면 트로트 솔로로 데뷔하자는 제안이었다. 가수로 성장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 윤희에게 노래의 분량이 많아졌다는 것만으로도 도전의 가치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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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같은 삶이랄까요? 물 위의 모습은 우아해보이지만 물 아래의 모습은 연신 발을 젖고 있는 거죠. 노래와 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진짜 열심히 살아왔어요.”
윤희는 그룹 오로라로 데뷔하기 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틈날 때마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에 각종 자격증도 땄다. 경락, 피부미용 등 피부 관련 자격증만 6개다. 한 밸리댄스 대회에서 3관왕의 챔피언을 따내기도 했다. 가수의 삶과 미래를 준비한 삶을 함께한 지 벌써 11년. 2009년 ‘빨리와’를 통해 데뷔해 2011년말부터 2017년까지 그룹 오로라 멤버로 참여했고 2018년 ‘아뿔싸’, 2019년 ‘나혼자 산다’를 통해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매번 다른 옷을 입는 느낌이 좋아요. 카메라가 커지거나 켜지거나, 무대에 서거나 내려서거나, 웃거나 울거나. 모두 제 삶의 일부죠. 이젠 저도 좋고 대중도 좋아하는 곡을 갖고 싶어요. 윤희라는 가수를 떠올리면 함께 떠오르는 곡, 그걸 곧 찾아낼 거 같아요.”
윤희는 지난해 SBS ‘집사부일체’ 장윤정 편에서 후배 가수로 출연해 ‘님과 함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지난 2월에는 MBC ‘편애중계’에도 출연했다. 오랜 기간 가수 활동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는 터라 금세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최근 트로트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를 찾는 사람과 행사도 많아졌다. 가수 장윤정, 홍진영 등 이미 트로트 가수로 이름을 알린 동료와 다른 매력으로 다가설 것인가 고민 중이다. 트로트 가수는 노래와 춤 외에도 좌중을 웃고 울리는 무대 매너가 반드시 필수적이라는 게 윤희의 말이다.
“저의 노하우라면 노래와 춤, 모두 자신 있다는 거죠. 요즘 트로트를 좋아하는 층이 다양해져서 모든 나이대를 소화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많이 준비해야해요. 책도 많이 읽어 상식도 높여야 해요. 예를 들어 4자성어를 차용한 유머를 무대 위에서 쓰는 것만으로 관객의 호응을 바로 이끌어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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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는 트로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반갑다. 트로트가 연륜 있는 이들의 음악이라는 편견도 사라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칼군무와 후크송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음악만이 편식한 듯 소비되는 대신 트로트 등 다른 장르도 사랑받기를 바란다.
“춤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꿈을 지금도 잃지 않고 있어요. 언젠간 살사 댄스로 아마추어 챔피언십 대회에 도전하고 싶어요. 제가 욕심이 많아요. 무한 긍정의 삶으로 하루하루 성장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