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한샘 성폭행 다뤄..'세 번의 S.O.S, 잔혹한 응답'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9일 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명 “한샘 성폭행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지난 10월 29일 한 포털사이트에 사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4개월간 세 번에 걸쳐 직장 동료와 상사에 의한 성폭력을 겪었다는 그의 글은 빠른 시간에 이슈가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10개월 간 숨겨왔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김지영(가명) 씨. 그는 단지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인테리어가 전공인 지영 씨에게 ‘한샘’이라는 기업은 꿈에 그리던 직장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식 출근의 기회를 잡은 그는 당시 교육받던 동기들과는 떨어져 홀로 본사에 발령 받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힘이 돼 주었던 이는 바로 교육담당자 강 계장이였다. 회식 내내 지영 씨를 걱정하는 교육담당자의 마음이 고마워서 술을 한 잔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날 밤 ‘일’에 대해 지영 씨는 “지금 나한테 일어난 일이 뭐지? 하다가 점점 이제… 내가 지금 겪은 게 당한 게 맞구나”라고 말했다.

그가 강 계장의 도움을 받았던 계기 또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함께 교육받던 예비 입사 동기들과 가진 술자리가 정리될 즈음 지영 씨가 잠시 화장실에 갔을 때였다.

김 씨는 당시 “볼일을 보다가 위를 쳐다봤는데 핸드폰을 쥔 남자 손이 쑥 들어왔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나왔다는 지영 씨. 그의 소리를 듣고 모인 동기들은 다들 범인을 찾아다니던 중, 화장실 앞을 비추는 CCTV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CCTV를 확인하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 자백을 했다. 바로 욕설까지 하면서 범인을 잡겠다고 뛰어다녔던 남자 입사동기였다.

결국, 그는 구속됐고 사건이 신속히 마무리되는 과정에 교육담당자 강 계장의 도움이 있었다. 평소 교육생들에게 ‘악마’라고 불릴 정도로 엄한 선배였던 강계장. 그랬던 그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모습에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가 성폭력 가해자로 둔갑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경험한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지영 씨는 이틀이 지난 뒤 경찰에 신고를 했고 회사 법무팀에도 이 사실이 알려졌다. 일주일 뒤, 교육담당자 강계장은 해고처리가 됐다. 그런데 다음날 인사팀장이 사건 관련해 할 말이 있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지영 씨는 제작진에 “인사팀장이 강계장의 처벌을 계속 고집하면 저를 무고로 맞고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사는 두 사람 다 해고하는 건 물론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 할 수도 있다고…”고 말했다.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었던 지영 씨는 결국 인사팀장의 진술번복요구와 교육담당자의 고소취하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러나 두 달 뒤, 지영 씨는 또 한 번 성폭력의 위험에 처했다가 이를 어렵게 모면했다. 상대는 교육담당자 강 계장의 성폭행 사건을 수습했던 인사팀장이였다.

4개월 동안 신입사원 지영 씨는 세 차례나 직장 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었지만, 회사는 외부로 알려질 것을 우려해 두 달간의 휴직을 권고했다. 그리고 그가 회사를 휴직한 두 달 동안 이상한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들이 꽃뱀인 지영 씨한테 당했다는 것.

결국 복직을 앞두고 지영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려 세상에 알렸다. 해당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이어질 만큼 사회적 공분을 샀지만 교육담당자가 지영 씨와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공개하면서부터 그가 겪은 일이 과연 성폭행 사건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작진에 “사람들은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적대적 관계이기를 원한다. 가해자는 뿔 달린 괴물이고 피해자는 아주 순수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그 이분법적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일 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명 ‘한샘 성폭행 사건’의 진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디에 와 있는지, 그리고 과연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