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꾸준함의 원동력은 '영웅 돌려막기'

  • 등록 2013-09-16 오전 11:25:20

    수정 2013-09-16 오전 11:25:20

넥센 선수단이 15일 문학 SK전 승리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넥센이 창단 첫 가을 잔치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 주말 5위 SK와 2연전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승차는 이제 6경기. 최근 19경기서 13승6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손에 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시즌 전 넥센의 4강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팀의 중심이 확실하게 서 있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홈런왕 박병호와 에이스 나이트를 축으로 팀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넥센이 지금처럼 야구를 잘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순히 몇몇 스타 플레이어들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팀이 잘 버틸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넥센이 몇몇 스타 플레이어들에 의존했던 것이 아니라는 건 기록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넥센을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 주었던 타선의 성적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월별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찾아보면 왜 넥센이 강했는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매월 영웅들이 바뀌며 활약을 해주었기 때문이다.<표 참조>

넥센 월별 최고 타자. 기준은 월별 규정타석 채운 선수 중 최고 타율. 자료제공=베이스볼S(박종현)
4월까지는 강정호가 팀을 이끌었다. 4번 박병호가 안타 시동이 늦게 걸리며 고전하는 사이, 강정호가 앞장서서 팀을 지켜냈다. 5월엔 김민성이 최고 영웅이었다. 갑작스러운 부상 탓에 지난해 자신의 자리라 여겼던 2루를 서건창에게 뺏기고 말았던 그다.

지난 겨울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낸 김민성은 3루수 전환에 성공하며 5월 들어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3루수에 맞는 파워까지 겸비하게 되며 찬스에 강한 중장거리형 타자로 성장했다.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나타난 김민성 덕에 5월의 상승세는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6월에는 드디어 박병호가 터졌다.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제 모습을 확실하게 찾았다. 그의 홈런은 늘 영양가 만점이었다는 점에서도 넥센 공격력은 힘을 낼 수 있었다.

7월 영웅 이택근을 거쳐 8월엔 서동욱이 맹활약을 했다. 백업 요원으로 기대하며 영입했던 선수. 처음엔 좀처럼 터지지 않는 방망이 탓에 자리를 잡지 못하는 듯 보였다. 모 해설위원은 “자신감 있던 옛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8월들어 팀 내에서 가장 활발한 방망이를 휘두르며 제 자리를 찾았다. 내야 백업 자원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잇달아 이탈한 상황에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그의 존재감은 더욱 빛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주춤했던 강정호가 다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어떤 팀도 주축 선수들이 1년 내내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다. 때문에 ‘영웅 돌려막기’가 시즌 운영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선수가 나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넥센이 기록으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 같은 넥센의 장점을 포스트시즌에서도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을 잔치 경험을 한 선수가 절대 부족한 넥센. 다만 언제 어디서 어떤 영웅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장점은 생소함이라는 단점을 나름 커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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