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저 노래 떠야 장가가요. 도와주세요.”
대뜸 자신의 처지를 들먹이며 신세를 한탄하는 듯한 부탁부터 했다. 그래도 개그맨으로 한차례 정점에 섰고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죄민수` 조원석인데 도와달라니 의외였다.
`노래에 자신이 없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추석이 끝난 후 보컬트레이닝을 받으며 음반을 준비했고 그 사이 개그맨으로서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10kg 정도를 감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당연히 음반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실제 음반을 들어보니 `그동안 방송에서 왜 노래를 몇번 안 불렀지?`라는 의아함이 들 정도로 실력도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개그맨으로 성공을 하기까지 숱한 고생을 겪은 만큼 가수라는 새로운 도전도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부탁부터 하는 듯했다. 그만큼 노래로도 성공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고 해야 할 게다.
조원석은 지난 2월19일 `고독한 남자 2010 뉴 버전`을 타이틀곡으로 한 정규 1집 `더 비기닝`(The Beginning)을 발매하고 가수 활동 본격화를 선언했다.
개그맨이 음반을 냈다고 하면 으레 노래가 코믹할 거라든지 노래 실력과 상관없이 인기 있을 때 돈이나 더 벌어보자는 욕심에 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 사람이 많다. 기존 코믹한 이미지 때문이다.
“전 뼛속까지 개그맨이에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줘야죠. 노래도 마찬가지예요. 신나고 재미있는 노래로 (코미디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팬들에게 줄 거예요.”
노래의 장르를 세미 트로트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팬들이 따라 부르기 쉬운 장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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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석은 이미 지난 2007년 `고독한 남자`가 수록된 싱글을 발매해 가수의 매력을 맛보기도 했다. 조원석은 “개그맨은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이 웃어주면 희열을 느끼거든요. 가수의 매력은 또 달라요. 제가 노래를 부를 때 관객들이 따라 부르고, 화장품 매장을 지나갈 때 제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묘하죠”라고 설명했다.
사실 대중의 선입견이 걱정스럽기는 했다. 주위에서 자신의 노래실력을 인정해주고 격려해주지 않았다면 선뜻 음반을 낼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았을 게다.
대선배인 태진아가 조원석을 자신이 진행하는 KBS 2라디오 `태진아 쇼쇼쇼`에 불러 음반을 내보라고 권유를 했다.
조원석은 음반 재킷 속지에 “`노래를 한번 계속 해보지 그러니~` 존경하는 태진아 선배님! 그 말씀에 용기를 내서 이렇게 엄청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며 태진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가수 서주경은 “노래를 잘 부르면 개그맨이 음반을 내도 상관없다”고 조원석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하지만 용기는 일을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이고 이제는 대중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
그런데 반응은 좋다. 2일 `고독한 남자`는 음악포털 엠넷닷컴의 트로트 차트 1위에 올랐으며 몽키3, 벅스뮤직 등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뿐만 아니라 `조원석의 달려라~디오` 한 청취자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피트니스클럽에서 조원석의 노래를 틀어준다는 소식도 전해왔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게 트로트`라는 얘기를 한다. 트로트는 한순간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입에서 흥얼거리기 시작해야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조원석의 가랑비도 이제 팬들의 머리 위에 슬슬 흩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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